전 정부 시절 일제 강제징용 소송 당시 김앤장 소속 변호사 양승태 사법농단 관여 의혹

검찰이 최근 김앤장 소속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 로펌회사인 김앤장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달 12일 사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인 곽병훈 변호사와 일제 전범 기업 소송과 관련된 한 모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곽 변호사와 한 모 변호사는 모두 김앤장 소속의 변호사로 일제 강제징용 소송 당시 양승태 대법원 측과 접촉해 재판 지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곽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내면서 강제징용 소송을 비롯해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의견을 조율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지난 9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그동안 법원에서 영장이 계속 기각돼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못하다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을 기점으로 법원의 영장 발부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우려해 재판개입에 나서면서 양승태 사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대법원은 2012년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을 파기환송했다. 

그러면서 양승태 사법부는 2013년 8월과 9월 접수된 강제징용 재상고심 판결을 늦추기 위해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기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고, 일본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난 2014년 5월에야 뒤늦게 소송 위임장과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양승태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재판을 지연하는 과정에서도 김앤장과 조율한 셈이다.

외교부가 반일 정서 등 여론을 의식해 의견서 제출을 미루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김앤장을 통해 재촉했다. 2015년 임 전 차장은 김앤장의 한모 변호사에게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서면 작성을 요청했다.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자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리는 절차에 착수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대법원, 김앤장이 재판에 개입하면서 사법농단을 하는 과정에서 정작 소송 당사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는 빠지고 말았다.

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김앤장’이라는 단어가 4차례나 등장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뒤 5년이나 재판이 지연된 이후 최근에야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판결이 이뤄졌다.

검찰은 이번 김앤장의 압수수색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이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을 통해 강제징용 재판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하고, 실제로 양승태 대법원과 김앤장이 수시로 접촉한 정황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앤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한 채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출 1조원을 올리며 권력과 자본 위에서 대한민국의 권력 핵심부를 장악하고 있는 김앤장. 그동안 알면서도 누구하나 건드리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성'이었던 김앤장. 

이번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 사상 처음이라는 의미에만 그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아성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는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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