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감사에서 비위 적발돼 경찰에 수사 의뢰…이르면 내주 중간결과 발표
담당간부, 수사 중 해외도피…내부 등서 윗선 개입설‧꼬리자르기 의혹까지

충북 음성군 맹동면 소재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
충북 음성군 맹동면 소재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

지난해 채용비리로 박기동 전 사장이 구속되는 등 공기업의 도덕성 질타를 받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이번에는 국내 대형 통신사와의 ‘대형 납품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1년 전부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르면 다음주 수사 진행에 대한 중간 발표가 있을 예정인 가운데 가스안전공사 내부 등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윗선 개입설 및 꼬리자르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최근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공사 감사실이 지난 2017년 10월 경 실시한 내부감사에서 같은 해 중반 진행된 통신사 선정과 관련해 위조된 계약서 등이 발견되면서 해당 의혹을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실은 지난 달 28일 가스안전공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데이터센터 경찰수사는 통신사 선정 과정에서 위조 계약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돼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라며 "현재 1년간의 수사가 진행돼 조만간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또한 해당 부장에게 6~7곳의 유지업체들이 뇌물을 상납한 것으로 감사결과 밝혀졌다"고 사건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격 공개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관여된 직원들과 뇌물 상납업체들을 상대로 수사 중이며, 드러나는 비위 혐의가 그 규모나 방법에 있어 본사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가 될 수 있으며, 그 액수만 50억~6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부장은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올해 발주한 사업에서도 비위 정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10월 중순께 사건의 당사자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상황관리부장 송모씨가 수사 도중 필리핀으로 도주하면서 외부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송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계좌 추적 등 수사 진행 과정에서 출국정지 시키는 당일날 송씨가 해외로 도주하자 지난달 8일 가스안전공사의 전산실(데이터센터 등)을 압수수색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도주 전까지 부장급 인사였던 송씨는 지난 1990년대 중반 7급 사원으로 가스안전공사에 입사해 줄곧 전산 관련 계약 등의 업무를 20년 이상 도맡아왔다. 

그러던 중 송씨는 현재 구속 수감 중인 박기동 전 사장이 취임하던 지난 2015년 1월 16일 정보운영부장으로 승진했다가, 이듬해 계약 업무를 총괄하는 총무부장, 비서실장을 거쳐 김형근 현 사장 취임한 올해 1월에 상황관리부장으로 전보되는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이 때문에 공사 내부와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이 10여년간 이어져온 만큼 윗선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의혹과 함께 송씨의 개인적 일탈로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송씨가 올해에도 통신사와의 계약에서부터 전산 장비의 납품까지 관여한 바 전체 비위 사건의 중심에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 가스안전공사가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와 계약을 진행했던 지난 2008년부터 비위가 시작됐을 것이라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2008년 9월23일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LG데이콤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본사 및 전국 지역본부·지사의 통신망을 하나로 묶는 인터넷전화 및 전자팩스 등 IP 구축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이후 무선랜 기반의 와이파이폰을 도입하고 전자팩스, 발신자전화표시(CID), 음성메시지서비스(폰) 등 부가서비스를 갖췄다.

또한 2011년 4월 17일에는 당시 사장과 LG데이콤 부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인 모바일 검사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10여년 이상 통신사업자와 서비스이용 기관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가운데 송씨가 담당해온 전산 및 데이터망 관련 계약은 한해만 해도 수십억원 규모였다.

이처럼 LG데이콤과의 계약관계가 10여년 이상인데 계약체결도 조달을 거치지 않고 최근까지 수의계약으로 계약이 이뤄져왔던 것도 불법적 요소이다. 

여기에 전산 장비, 일부 전산망 용역 등의 납품건 등까지 합하면 비리규모는 공사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동만 감사는 지난 28일 가스안전공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데이터센터 경찰수사는 통신사 선정 과정에서 위조계약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돼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라며 “현재 1년간의 수사가 진행돼 조만간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사건 내용을 공개했다. 

특히 “경찰에서는 관여된 직원을 특가법으로 수사 중이며, 드러나는 비위 혐의가 그 규모나 방법에 있어 본사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가 될 수 있어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올해 발주한 사업에서도 비위 정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파악했으며, 최근에는 관련자 및 납품비리 규모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측은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볼 때 그 규모가 상당 부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송씨의 신병 확보가 급선무”라며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이 1억원 이상인 경우 최고 10년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필리핀 역시 공조 수사가 가능한 곳이라 신병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또한 “전산 및 통신 관련 납품계약 등은 일반화되지 않은 특정 사업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분야인데다 외부 노출이 어려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타 공기업으로의 수사 확대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사 측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벌어진 비위 사건으로 현재로서 윗선 개입 여부나 개인적 일탈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조만간 경찰 수사 결과에 의해 알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과에 따라 이 사건이 공공기관과 대형 통신업체 사이에 전례가 없었던 대형 비위 건으로 밝혀지면 향후 통신업계와 공공기관 간의 커넥션 등을 동반한 입찰 비위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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