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주)코오롱 등 세무조사 시 이 회장의 탈세 혐의 포착해 檢고발
조사기간 3개월 더 연장해 이 회장 자택‧집무실 수색…세무‧회계자료 수거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 후 임직원과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 후 임직원과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말 '아름다운 퇴장'으로 그룹의 회장직에서 내려온 이웅열(63) 코오롱그룹 회장이 상속세 탈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는 과거 국세청이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이 회장의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는데 그와 관련된 수사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최근 국세청이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한 이 회장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행하고 있던 다른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최근 코오롱그룹의 조세포탈 혐의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2016년 4월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2곳을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은 이들 두 회사는 물론 6월 말까지로 예정됐던 조사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하면서까지 이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도 모두 훑어 세무·회계 자료를 수거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2014년 11월 별세한 후, 그의 보유지분이 이웅열 회장 등 자녀들에게 상속되는 과정에서 상속세 포탈 등의 혐의가 일부 드러났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세청은 2017년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한 국세청은 지난해 10월께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해 법인세 등 탈루세액 총 742억9400여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코오롱 측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내 지난 4월 추징금을 125억6000만원으로 줄였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내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1996년 코오롱그룹 회장에 오른지 23년만이다.

이 회장은 이날 임직원 행사에서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면서 창업 의지를 거듭 밝혔다.

별도의 퇴임식은 없었다. 장남 이규호 전무에 당장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면서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1994년 작고한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손자이자 2014년 작고한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들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으며 경영 승계를 준비했다.  

또 그는 당시 재벌 후계자로 드물게 최전방에서 3년간 군 복무를 했고,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1985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1991년 부회장에 이어 1996년 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사단법인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고, 지난해 20여 년간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메세나대상 ‘메세나인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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