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수원 "취업심사 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취임식 연기"
일각 "무리하게 정치권 낙하산 인사 선임하려다 탈 나"

정희수 전 국회의원

보험업계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그런데 이번 낙하산은 지금까지의 논란이 돼 왔던 낙하산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통상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유관기관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논란이 되지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정치권 발(發) 낙하산'이다.

17대~19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을 역임하고 지난 대선 때 당적을 옮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부단장을 맡았던 정희수 전 의원이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집중 조명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권의 '보은 인사'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나오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수원 원장 자리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 전 의원이 취임할 예정이었으나, 취업심사 관련 문제가 불거지며 취임식이 연기됐다.

보험연수원은 지난달 30일 정희수 전 국회의원을 새 원장으로 선임하고 지난 3일 정 전 의원의 취임식을 열기로 했다.

지난 1965년 보험사들이 출자해 만든 비영리 사단법인인 보험연수원은 보험사 직원이나 보험설계사를 교육하는 일을 하며 1994년 이후 대부분 금감원 출신이 원장직을 맡아왔다. 이런 보험연수원장 자리에 정 전 의원 처럼 국회의원 출신이 후보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선 의원을 지낸 정 전 의원이 보험 전문가도 아니면서 급에 맞지 않는 자리에 오자 '보은 인사' 논란과 자격 논란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 와중에도 취임을 밀어붙이려 했으나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문제가 드러나 계획이 틀어졌다.

국회의원 출신도 재취업을 하려면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정 원장과 보험연수원 모두 해당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연수원 측은 "취업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일단 취임식을 연기했다"며 "취업심사 승인이 나면 취임식 일정을 잡고 취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수원은 전임 원장이 지난 6월 물러난 후 반년동안 원장 자리가 공석이다. 일부 금융·정치권에서는 "조속한 원장 임명을 통해 조직을 안정시켜야 하는 시점에, 무리하게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려다 탈이 났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한편 내년에는 유관기관장과 임원들의 임기 만료가 연이어 예정돼 있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4월 한기정 보험연구원장을 시작으로 8월에는 금융위원회 출신 송재근 생명보험협회 전무, 11월에 금융감독원 출신 서경환 손해보험협회 전무, 금융위원회 출신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등의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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