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투증 "한화투자증권, 사기 혹은 착오…투자금 돌려달라"소송 제기
한화투증, 주관사로서 역할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한화투증 "자산관리자일 뿐 관련 법에서 말하는 주관사 아니다"

현대차투자증권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의 부도발생으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현대차증권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7일 한화투자증권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19일 CERCG 관련 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현대차증권의 소장에는 “CERCG ABCP 발행과 관련 한화투자증권이 주관회사로서 실사의무를 위반했고, 중국 외환당국(SAFE) 등록과 관련한 사항과 CERCG의 공기업 관련한 사항을 숨기는 기망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현대차증권은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투자금 전액을 돌려달라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CERCG ABCP라는 유동화증권을 '사모'로 발행했기 때문에 자산관리자일 뿐이며 관련 법령에서 말하는 주관회사가 아닌 바, CERCG에 대한 실사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SAFE 등록 문제나 CERCG의 공기업 여부에 관해서도 현대차증권 등 기관투자자들을 기망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차증권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을 오해한 것이며 법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 과정에서 이러한 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임을 밝혔다.

현대차증권이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는 이 사건은 지난 5월 시작됐다. CERCG가 지급보증한 홍콩 소재 역외 자회사 CERCG캐피털의 달러표시 채권에 크로스디폴트(연쇄 지급불능)가 발생했다. CERCG캐피털 회사채를 기초 자산으로 해 국내에서 발행된 1645억원 규모의 ABCP도 연쇄적으로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 ABCP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유동화해 국내에 판매했다.

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지난달 8일 자정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한 1645억원도 부도처리됐다. 여기에 투자한 증권사는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KT자산운용(2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하나은행(35억원) 등이다.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 역시 현대차증권이 해당 ABCP를 되사겠다고 사전에 약속했지만 문제가 생기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이 해당 ABCP가 판매될 때 주관사로서 역할을 한 정황이 보도된 바 있다. 더 스쿠프는 지난 7월 한화투자증권 관계자의 녹취를 입수해 공개하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녹취 속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는 (이번에 발행 예정인 ABCP를) SAFE에 등록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앞선 주선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신평사가 혹시나(디폴트) 하는 우려 때문에 ABCP에 신용등급을 못 준다는 거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 “신평사가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 따지는 등 매우 까다롭게 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이것 때문에 주말에도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언론에 “시장의 요구로 단순 중개만 하는 경우라면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중개자의 역할은 ‘이런 상품이 있다’는 걸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중국 외환관리국의 외화 반출 승인 제도인 SAFE와 관련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SAFE 등록은 현재 진행 중"이라며 "ABCP가 발행된 이후에 등록이 가능한 사후 절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CERCG 등의 회사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지만 중국 정부의 외화 반출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이를 보증된 채권으로 내세워, 한화투자증권이 해당 채권을 불완전 판매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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