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세금납부 없는 '부의 대물림' 잣대 엄중 적용

공정거래위원회가 김홍국 하림 회장과 이해욱 대림 부회장에 대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를 두고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김홍국 하림 회장과 이해욱 대림 부회장에 대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를 두고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총수 일가를 검찰 고발하는 등 재벌 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세금납부 없이 부를 대물림하는 대표적 꼼수인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로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는 최근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73)과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56)에 이어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61),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50)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가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홍국 회장과 이해욱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하림과 대림그룹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보고서 통과 여부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그만큼 공정위가 이들 두 회사의 사익편취 혐의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하림의 경우 김홍국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26)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다고 공정위는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영씨는 김 회장에게서 지난 2012년 하림그룹의 지배 구조 최상단에 있는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100% 물려받았다. 준영씨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는 지분을 통해 아버지를 뛰어넘는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고, 이후 올품과 한국썸벧의 매출은 연 700억∼800억원대에서 3000억∼4000억원대로 급증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김 회장의 사익편취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해 7월 현장조사를 벌인 바 있다. 하림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첫 대기업집단이기도 하다.

이후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올품은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실질적 최대주주(44.6%)에 올라섰고, 준영씨도 그룹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했다. 26세 나이에 그룹 지배력을 손아귀에 넣은 그가 그동안 낸 세금은 증여세 100억원 남짓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칼날은 대림그룹도 겨냥했다. 대림그룹은 총수 일가 지분이 50% 이상인 대림코퍼레이션과 에이플러스디, 켐텍 등에 계열사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부동산개발업체인 에이플러스디는 이해욱 부회장이 55%, 이 부회장의 아들이 45%를 보유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에 흡수합병된 대림I&S나 대림H&L도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지주사 지분이 전혀 없었던 이 부회장은 자신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던 대림I&S나 대림H&L이 대림코페레이션에 흡수합병되면서 대림코페레이션의 최대주주(52.3%)에 올랐다.

대림그룹은 지난해 9월 이러한 혐의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자 이듬해 1월 이해욱 부회장 등이 에이플러스디 지분을 처분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등 경영쇄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이 부회장이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해 고발 대상에 이 부회장을 포함시켰다.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고 이들의 고발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 제재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같은 혐의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과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각 회사에 발송한 바 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2015년 설립한 금호홀딩스가 2016년 금호산업 등 7개 계열사로부터 966억원을 차입할 때 이자율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을 받았다는 혐의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4~2016년 총수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했던 IT 계열사 ‘티시스’에 그룹 내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 회사 외에도 외에도 삼성·SK·한진·한화·아모레퍼시픽·미래에셋 등 총 6개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이 삼우건축사무소, 서영엔지니어링 등을 30년 가까이 위장계열사로 소유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한 정황이 드러나 공정위가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76)을 검찰에 고발 조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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