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힘들고 위험한 업무 외주화·비용절감만 추구하다 결국 하청 노동자 죽음으로"

한국서부발전 관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1일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서부발전 관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1일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신체가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한국서부발전 관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가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신체가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김씨의 시신은 오랜 시간 방치돼 있다 다음날 새벽 3시에야 수습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런 가운데 사고에 대처하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측이 사후 처리가 미처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빨리 연료를 공급해 달라'며 컨베이어의 운전을 재개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는 한국서부발전이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요청까지 무시하고 컨베이어 운전을 강행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국서부발전은 발전전기사업,전력 공급·전력설비공사·부동산(발전소) 임대·기술용역 등 화력 발전업체로 지난 2001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된 발전 전문 기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전력공사가 한국서부발전의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신대원 한국발전기술 노조 지부장은 1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했다.

사망한 김씨는 한국발전기술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 업체는 한국서부발전과 하도급계약을 맺고 컨베이어벨트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신 지부장은 김씨의 일이 설비점검이라며 24시간 돌아가며 석탄을 운반하는 3~4km 정도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고 관련 사항을 보고하는 것이 김씨의 일상 업무라고 했다. 김씨의 작업환경이 어둡고 협소하다고 덧붙인 그는 "업무에 위험성 있으니 오래전부터 '2인 1조로 일을 할 수 있게 개선해 달라. 설비가 이렇게 위험천만하니 설비도 좀 고쳐달라'는 요구를 수없이 했다"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 이렇게 됐다. 사고는 예견된 인재였다"고 말했다. 

또 "그 과정 중에 (김씨가) 워낙 성격이 꼼꼼했고 또 성실해서 잘 안 보는 어떤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려다가 그만 회전체에 말려들어가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신을 수습하고 고용부나 119에 신고를 한 후 사후 처리를 해야하는데 발전소가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빨리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컨베이어를 다시 운전해 달라"고 했다며 심지어 "고용부에서 작업 중지를 요청했지만 발전소 측에서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며 사고 이후 발전소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사고 원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정관용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1시간 정도 지체돼 공백시간이 있다"며 "원청에서 무언가를 논의를 하다가 미스가 난 것 아닌가 한다"며 "저희 회사(한국발전기술)와 원청(한국서부발전) 간에 무엇인가 서로 입맞춤하려고 하지 않았나"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합법적으로 위험과 책임을 모두 하청으로 전가해 원청은 산재 사고율이 제로에 가깝다고 주장한 신 지부장은 "태안화력발전소는 그동안에도 사망사고가 많았다. 지난해만 해도 11월에 두 차례 사상자가 있었다. 8년간 태안화력발전소 내에서 12명 하청노동자가 사망했고 5년간 발전소에서 발생한 산재의 97%가 다 하청노동자의 재해"라고 말했다.

사고와 관련 민주노총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2일 충남 태안군 서부발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하청업체로 떠넘긴 위험의 외주화가 김씨를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지난 8월 태안화력 관리자가 하청노동자에게 안전작업 허가서 없이 업무를 재촉한 사실이 폭로됐다”며 “힘들고 위험한 업무는 외주화하고, 비용 절감만을 외쳤던 발전소가 결국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서부발전은 김씨가 실수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컨베이어 벨트 아래 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면 김씨 혼자서 작업하다 변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죽음까지 외주화한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라며 "안전관리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태안화력발전소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또한 이번 참변의 책임에 자유롭지 못하다"며 "정부의 생명안전 업무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4500명의 대상자 중 고작 29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취임 1호 공약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넘어가는 현재, 사고로 세상를 등지기 열흘 전 김용균씨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어 보였다.

사고 발생 열흘 전 고(故) 김용균씨의 모습.(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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