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리자가 직원 아이디로 노조 게시판에 직접 글 작성했다는 주장도

케이티(KT)가 이석채 전 회장 시절 KT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직원들로 구성된 ‘여론 대응 조직’을 만들어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KT가 여론을 조작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7일  KT노동인권센터 등에 의하면 KT는 여론대응 조직에게 자사 노동조합 게시판과 주요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언론사 기사에 댓글을 달게 했다. 지난 10월 경찰은 KT노동인권센터로부터 이와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겨레는 KT직원 ㄱ씨로부터 'KT 내부 메시지 및 문건'을 확보해 공개하며 KT가 2011년 서울남부마케팅단 소속 대리·과장·부장 등 직원 21명으로 ‘온라인 필진’이라는 이름의 여론대응 조직을 꾸렸다고 보도했다.

KT 직원 ㄱ씨가 언론에 제보한 내부 문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필진 1명당 필수 3개 이상 아이디(를) 생성”해 “3월28일까지 (아이디) 생성 완료 및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들은 다음·네이트 등 포털과 연합뉴스·머니투데이·한겨레·아이뉴스24·아시아경제 등 언론사 5곳에 아이디를 만들고 해당 아이디를 고보했다. 이후 이들은 회사 정책에 찬성하는 글을 올리거나 회사를 비판하는 기사에 댓글을 다는 임무를 맡았다.

ㄱ씨는 언론에 “적어도 2013년까지 개인별로 하루에 언론 기사에 댓글을 3건 이상씩 달도록 했다”며 “노조게시판에는 회사에 비판적이었던 ‘민주동지회’를 비판하거나 회사에 우호적인 글을 작성하고 이를 일일보고 형태로 날마다 일련번호와 함께 보고했다”고 말했다.

KT 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서울남부마케팅단에 5개 언론사가 배정됐고 나머지 언론사들은 남부마케팅단 이외의 다른 조직에서 맡아 댓글 작업을 진행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조게시판의 경우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ㄱ씨는 “회사 관리자들이 노조게시판에 접속을 못 하기 때문에, 일부 관리자들이 제출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직접 글을 올린 것으로 안다”며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때 제주도가 선정될 수 있도록 투표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KT 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ㄱ씨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보도에 따르면 KT의 노조 게시판에는 “경영 외적인 요인 외에 강경한 노조활동 등에 의한 망한 기업도 다수 있다. 지금 KT도 신중한 사고와 행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복수노조가 KT에 미칠 파장이 걱정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요즘 KT의 미래에 대한 밝은 가능성을 본다”, “직원을 위한 자기 계발 지원금의 직계가족 대상 확대는 적절한 선택이다” 등 당시 회사 정책에 찬성하는 내용도 있었다.

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필진들이 언론사·포털에 어떤 글을 썼고, 언론사의 업무를 방해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해당 문건이 KT 사내 메신저 메시지라는 사실과 메시지를 보낸 직원이 현재 회사에 근무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직원 ㄱ씨가 언론에 제보한 내부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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