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조사단 “냉각수 끓는 보일링 현상이 원인…엔진 설계 결함 때문”
BMW의 차량결함 은폐·축소, 늑장리콜 자료 확보…형사고발·과징금 112억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심수 민관합동조사단장이 BMW 화재 원인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심수 민관합동조사단장이 BMW 화재 원인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냉각수가 끓는 ‘보일링’(boiling) 현상이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지목됐다.  

또한 BMW가 엔진결함으로 인한 차량의 화재 위험을 미리 알고도 이를 은폐·축소하고 ‘늑장 리콜’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BMW 회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BMW 화재 관련 민관합동조사단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BMW 화재 관련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민관합동조사단에 따르면 BMW 차량 화재 원인은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에 따른 것이었다.

EGR은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의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시키는 장치인데, 이 EGR 쿨러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가 누수되고, 누수된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EGR 쿨러·흡기다기관에 엉겨 붙어 있다가 섭씨 500℃ 이상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면서 과열·발화돼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게 조사단이 내린 결론이다.

이는 기존에 BMW가 발표한 화재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사단은 실제 차량 시험 과정에서 EGR 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보일링 현상이 지속될 경우 EGR 쿨러에 반복적으로 열충격이 가해져 균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에 대해서는 BMW의 소명과 추가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냉각수 보일링이 EGR 설계결함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EGR 설계 당시부터 열용량이 부족하게 설정됐거나, EGR을 열용량보다 과다 사용하도록 소프트웨어 등 장치가 설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사단은 EGR 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히지 않는 현상과 이에 대한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조사단은 “BMW는 냉각수 누수와 함께 누적 주행거리 고속 정속주행, 바이패스 밸브열림 등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주장했지만, 바이패스 밸브열림은 화재와 직접 관련이 없고 오히려 밸브 열림 고착이 관련돼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24일 한국교통안전공단 민관합동조사단장이 발표한 BMW 화재발생 원인·경로 모식도.(자료-연합뉴스)
24일 한국교통안전공단 민관합동조사단장이 발표한 BMW 화재발생 원인·경로 모식도.(자료-연합뉴스)

또한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날 BMW가 차량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늑장리콜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BMW가 당초 올해 7월에야 EGR 결함과 화재 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발표했던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BMW는 이미 지난 2015년 10월 독일 본사에 EGR 쿨러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고, 2016년 11월에는 ‘흡기다기관 클레임 TF’를 구성하고, 문제가 있는 엔진에 대한 설계변경에 들어갔다.

이는 BMW가 2015년 EGR 쿨러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1년 뒤에는 EGR 문제로 흡기다기관에 천공(구멍)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까지도 파악하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정황이라는 게 조사단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조사단은 이미 작년 7월부터 BMW 내부의 기술분석자료나 정비이력 등 보고서에 ‘EGR 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천공’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늑장 리콜’ 판단도 내려졌는데, BMW는 올해 7월 520d 등 차량 10만6000여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면서 같은 문제가 있는 EGR을 사용하는 일부 차량에 대해서는 리콜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사단이 해명을 요구한 뒤에야 올해 9월 118d 등 6만5000여대에 대한 추가리콜을 실시했다. 이를 조사단은 ‘늑장 리콜’로 봤다.

아울러 조사단은 BMW가 올해 상반기에 제출 의무가 있던 EGR 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자료를 153일 늦은 올해 9월에야 정부에 제출하는 등 결함 은폐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조사결과를 바탕으로 BMW에 대해 형사고발, 과징금, 추가리콜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EGR 리콜이 이뤄진 65개 차종 17만2080대에 대해서는 즉시 흡기다기관 리콜을 요구한다.

조사단이 처음 확인한 EGR 보일링 현상과 EGR 밸브 경고시스템 문제는 BMW에 즉시 소명을 요구하고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를 통해 추가리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BMW의 결함 은폐·축소·늑장리콜에 대해서는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제작자가 결함을 은폐·축소, 거짓으로 공개하거나 지체 없이 결함을 시정하지 않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112억7664만원 규모의 과징금을 BMW에 부과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2016년 6월 30일 이후 출시된 BMW 리콜 대상 차량 2만2670대 매출액의 1%를 기준으로 매겨졌다. 이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과징금 규정이 신설되면서 부과 대상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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