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016년 조사, 2011년 조사와 대상 같아…처분시한 지났다”
“공정위, 첫 조사 후 7년 지난 뒤 내린 ‘늑장제재’ 탓” 비판 쏟아져

애경이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판매한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 제품. 이 제품은 SK케미칼이 제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성분이다.(사진-연합뉴스)
애경이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판매한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 제품. 이 제품은 SK케미칼이 제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성분이다.(사진-연합뉴스)

이마트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을 내지 않게 됐다. 공정위가 2011년 첫 조사를 시작한 지 7년만에 ‘늑장 제재’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들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이마트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이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해 이마트에 과징금을 부과한 제재 결정이 처분시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올해 3월 이마트가 부과받은 과징금은 취소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3월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총 1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이마트는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SK케미칼이 제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빠뜨렸다는 혐의로 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이미 2011년부터 이 사건을 조사했으나 2016년 8월 공소시효가 지났고 CMIT·MIT 성분의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공정위는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위해성 인정 자료를 통보받고 재조사를 진행해 관계자들을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낸 이마트 측은 “2011년 8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종료했으므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의 처분시한이 지났다”고 주장했고, 공정위는 “2011년 조사와 2016년 조사는 별개 조사이므로, 2012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의 시한이 지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마트 측의 손을 들어 줬다.

재판부는 “2011년 조사와 2016년 조사는 제품 라벨이라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라고 봐야 한다”며 “공정위가 2016년 조사를 새로 직권인지 하는 형식으로 처리했으나 이는 내부 사무처리에 불과할 뿐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이상 그에 대해 두 번 이상 조사하면서 그때마다 단서를 바꾸거나 새로 적용법령을 추가했다고 해서 조사의 대상이 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측에서는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2015년 4월까지는 위반 행위가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는 항변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표시광고법 문언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공정위 스스로 의결서에 행위 종료일을 2011년 8월이라 적시한 것과도 상충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제재처분과 별도로 공정위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올해 4월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2011년 첫 조사 이후 7년이 지나서야 제재에 나서면서 공정거래법상 처분 시한인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뤄진 ‘늑장제재’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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