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빈 "너를 살인하더라도 나는 정신과 치료 받아 면죄부 받은 사람"
피해자 양씨 "잃어버린 6년이고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경향신문이 입수해 보도한 동영상. 송명빈 마커 그룹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원을 폭행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해 보도한 동영상 갈무리. 송명빈 마커 그룹 대표로 보이는 인물이 직원을 폭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 우수멘토로 활동하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는 디지털소멸소비자주권강화위원장 지냈던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49·사진)가 수년동안 직원에 폭언·폭행·살해협박을 일삼아 온 정황이 드러나 여론의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송 대표가 직원에 욕설과 협박을 일삼으면서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기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송 대표는 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를 주창하며 이른바 ‘디지털 장의(葬儀)’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28일 경향신문이 동영상(1개)과 녹음파일(21개)을 입수·확인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송 대표는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에 걸쳐 서울 강서구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양 모씨(33)를 폭행하고 협박했다. 양씨는 2013년 9월부터 마커그룹에서 일하며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파일에는 송 대표가 자신의 손발과 여러 둔기로 양씨를 폭행했으며 양씨가 울부짖으며 빌어도 폭행을 멈추지 않은 상황이 담겼다. 송 대표는 양씨와 그의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청부살인으로 너와 네 가족을 해치겠다” 등 수십차례 양씨를 협박했다. 이 업체 최모 부사장(47)도 폭행과 협박에 가담했으며 송 대표는 자신이 편하게 폭행할 수 있도록 양씨에게 둔기를 갖고 다니게 하기도 했다. 또 송 대표는 양씨에게 욕설과 협박을 일삼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기도 했다. 

27일 양씨는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복이 두려워 지인 집을 떠돌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아 나갔다”고 했다. 이어 “저에겐 잃어버린 6년이고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송 대표가 가족을 해칠까 두렵다”고 했다.

양씨 변호인 측은 상습폭행·상습공갈·근로기준법위반 등 8개 혐의로 지난달 8일 서울남부지검에 송 대표를 고소했다. 가담자인 최 부사장에 대해서도 8개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사건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 “고소인 양씨에 대한 조사를 1차례 진행했다. 일단 증거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

경향신문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월14일 송 대표는 양씨에게 “어휴, XX. 이리 와. XX. 똑바로 서! 차렷!”이라고 다그치며 폭행했다.

또 지난 2월 16일에는 회사 사무실에서 불리한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양씨를 수십차례 폭행하며 양씨에게 송 대표는 “어떻게 너라는 XX는 질문이 없냐. 너는 너 말고 아무것도 관심이 없지. 내가 오더(지시)하면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바로바로 막 전화하고 그러잖아”라며 때렸다. 또 “너는 X나게 맞아야 돼. 죽을 때까지 맞아야 돼!”라고 했다. 양씨가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울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송 대표는 “어디 소리를 지르냐”며 오히려 더 폭행했다. 송 대표는 “너는 왜 맞을까?”라고 수십번 질문하며 “잘못했습니다”라고 울부짖는 양씨에게 폭행을 이어갔다.

2월 17일에는 송 대표가 양씨에게 “한쪽은 ○○(흉기)고, 한쪽은 ○○○(둔기)던데 ○○○를 확 찍어버릴까!”라고 위협했다. 욕설 도중 청소노동자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송 대표는 노동자를 내보낸 뒤 “청소하는 아줌마가 비밀번호 따고 들어와? 뒈지고 싶냐! 개념이 있는 XX야, 없는 XX야!”라며 구타했다.

또 2월20일에는 송 대표가 자신 소유의 강원 춘천시 ‘주식회사 달’ 사무실에서 양씨에게 “회사 폐업이든 M&A(인수·합병)든 법적 대표이사로서 이용만 해주고 신용불량자가 되면 안되니까 부채만 대신 갚아준다”고 했다. 이날 송 대표는 “네가 자신 있으면 경찰 고발하든 상관없다”며 “청부살인도 내가 고민할 거야. XXX야. 네 모가지 자르는 데 1억도 안 들어”라고 했다. 겁에 질린 양씨는 “정신 차렸습니다. 더 차리겠습니다. 제대로 차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2월22일에도 송 대표는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양씨에게 “정말 청부살인도 할 수 있어”라고 했다. 이날 최모 부사장(47)도 양씨를 폭행하며 “너는 법적으로 대표지만 난 너를 대표 취급 안 해. 회사는 곧 송명빈 박사님이야. 송 박사님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하면 X돼. 너로부터 교수님(송 대표)을 보호하기 위해 힘든 걸 내가 맡았어”라고 했다.

또 신문은 지난 5월21일 사무실에서 송 대표가 양씨의 뒤통수와 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확보해 보도했다.

송 대표가 자신의 정신 병력을 언급하며 협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6월 18일 송 대표는 “너를 살인하더라도 나는 징역을 오래 안 살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니까. 우리는 면죄부 받은 사람이야”라고 했다.

양씨 변호인은 “신안군 염전노예 사례에서 보듯, 피해자(양씨)도 매일 반복되는 폭행으로 무기력이 학습되어 자신의 힘만으로 올무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27일 언론에 “동영상은 양씨가 저를 먼저 폭행하고 폭언해 그런 상황을 유도한 것이며 녹음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양씨가 자신의 배임·횡령에 대해 직접 작성하고 인감도장까지 찍은 자술서가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다. 양씨의 피멍은 자신이 구한 둔기로 자해한 것이다. 양씨는 회사의 기술을 빼돌려 해외로 도망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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