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공장 25명 제화공…하루아침에 해고당해
미소페 측 “공장 폐업으로 생산차질 발생”

미소페 하청 공장 슈메이저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27일 서울 성동구 미소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소페 하청 공장 슈메이저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27일 서울 성동구 미소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명 구두 브랜드 미소페의 구두를 제작하는 공장 ‘슈메이저’가 돌연 공장을 폐쇄했다. 이에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던 25명의 제화장들이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돼, 미소페 측에 직접 고용 요구에 나섰다. 하지만 미소페는 사측의 잘못이 없음을 내세우며 해당 공장과의 계약도 마무리 됐음을 전했다.

최근 일명 ‘미소페 1공장’이라 불리며 미소페의 하청 공장인 슈메이처가 지난 26일자로 폐업했다. 미소페는 자체 구두제작 공장 없이 하청 공장에서 제작한 구두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장의 폐업으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26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10년 동안 미소페 신발만을 만들었던 장인들을 직접 고용해 고용보장을 책임져달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과 함께 지난 27일 서울 미소페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도 진행했다.

이날 김종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조직장은 “미소페에서 10년 이상 일한 제화노동자 25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제화공들은 4대 보험도 가입되지 않은 실정이라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 당장 생계가 위험한 상황이다”라고 호소했다.

노동조합은 여자신발을 제작하던 슈메이저 공장이 인건비 상승과 신발시장의 변화로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 미소페 신발을 생산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소페 측은 슈메이저의 폐업으로 공장과의 계약이 끝났다고 밝혔다.

미소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슈메이저 공장 측이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업을 한다는 사실을 전해왔다”며 “때문에 슈메이저와의 계약도 마무리됐다. 더이상 슈메이저에서 제작하던 디자인도 생산할 수 없게 돼 우리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미소페는 공임비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7월 공임비를 2600원 인상시키고 공장 마진비를 한 족당 1000원씩 올려줬다”며 “12월 1일에도 400원을 인상시키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조합은 다음 주에도 미소페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소페 하청 공장의 노동자들과 미소페 기업 측의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미소페가 하청 공장들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의 성명서 전문이다.
 


2018년 매출1050억원, 7% 성장 불구하고

중국으로 공장 옮긴 미소페 규탄한다!

2018년 12월26일(수) 미소페1공장(하청공장 이름 : 슈메이저)이 폐업을 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밤11시까지 일한 대가가 결국 이 것인지 분노합니다. 2018년 10월22일 미소페 하청공장과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단체협약안은 20년간 오르지 않았던 기존에 공임비 5,500원에서 공임비 1,300원 인상하고, 12월1일부터 200원을 추가 인상하는 결정이었습니다. 이 것으로 제화공들의 처우가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폐업이라는 청천 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소페(비경통상)는 2018년 연매출 1050억 원, 전년대비 7%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인건비 상승 및 신발시장의 변화로 인해 중국에서 신발을 가져오겠다고 합니다. 매출이 매년 고성장하는 회사가 경영을 이유로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폐업 결과 미소페에서 10년 이상을 일한 제화공 25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미소페1공장 이외에도 미소페 6공장(LK)은 현재 6,800원인 공임비보다 500원 적은 6,300원으로 제화공들에게 미소페 신발을 제작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미소페7공장(원준)은 검수과정에서 제화공들이 작업하는 신발 한 짝에 이상이 나왔다고 제화공 1인당 50만원씩 총 6명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임금에서 삭감을 했습니다. 또 미소페 하청공장 <레오나>에서는 제화공의 임금을 100만원 삭감했습니다. 50만원을 벌려면 제화공들은 75족을 생산, 100만원의 벌금을 내려면 약 150족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소페 남화공장 <엘제이에스>는 최근 중국으로 일감을 보내면서 현장에 있는 노동자에게 중국과 비슷한 인건비를 맞추지 않으면 일감을 모두 중국으로 보내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루에 3-4족씩(일당 3만원 이하) 일감을 내주면서 제화공들을 협박하는 미소페의 행위에 제화공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미소페 원청에 요구합니다. 미소페1공장에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25명은 지난 10년 동안 미소페 신발만 만들었던 장인들입니다. 이들에 대해 당연히 미소페 원청은 직고용을 통해 고용보장을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미소페 하청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화공들에 대한 여러 가지 탄압을 중단하길 바랍니다.

또한 미소페는 중국으로 신발공장을 옮기는 것을 중단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당연히 국내 수제화 장인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구입하는 ‘국산’신발을 ‘중국산’으로 만들지 않길 바랍니다. 미소페가 계속 제화공들의 처우를 열악하게 한다면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지금 미소페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해 알릴 것입니다.

정부에 요구합니다. 최근 대법원 2018년 6월19일 <기쁨제화, 베라슈 퇴직금 소송>, 2018년 11월29일 <소다 퇴직금 소송>에서 제화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폐업을 하면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합니다. 결국 제화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습니다.

정부에 미소페1공장 폐업으로 인해 실직한 25명에 대한 긴급구제를 요청합니다. 제화노동자들은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고 올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조금씩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화공들은 월급제가 아닌, 사측이 주는 구두 숫자대로 구두를 만드는 ‘개수임금제’를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측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난4월 탠디 노동자들의 투쟁 이후부터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으로 처우가 조금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2018년 4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도록 정부와 시민들이 관심 갖고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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