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조직 활력 제고·젊은 세대로의 교체”
위성호 “이번 퇴출은 조 회장 경쟁자 밀어내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좌)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우). 조 회장은 현재 채용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이며 위 행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행장 연임이 불발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단행한 사장단 인사의 배경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전 임직원에게 보냈다. 이번 인사를 놓고 뒤에서 나오는 무성한 얘기들이 일정 정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조 회장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장단 인사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호사가들의 입방아 1순위는 단연 위성호 신한은행장이다. 여러 의혹들이 낭자한 가운데 위 행장은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 위 행장 연임이 불발된 것을 놓고 그룹 안팎에서는 ‘남산3억 사건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 ‘조 회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라인을 들어내려 한 것 아니냐’, ‘향후 금융지주회장 유력 후보를 일찌감치 정리한 것 아니냐’ 하는 등의 의혹들을 쏟아내고 있다.

조용병 “조직 활력 제고·젊은 세대로의 교체”

28일 조 회장은 전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인사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경영진 선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제·금융계에서 이뤄지는 인사 혁신의 핵심인 세대교체, 외부인재 수혈, 여성인재 육성을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를 들며 "지주사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주요 그룹사 CEO(최고경영자)를 60년 이후 출생자로 전원 내정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아울러 "신한 출신이 아니라도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외부로부터 인재를 수혈해 과감히 경영진에 임명했고, 성과와 역량을 겸비한 여성 리더도 발탁했다"며 "12월부터 3월까지 인사가 이뤄지다보니 약 4개월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했고 남들보다 한발 늦게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50년대생에서 60년대생으로의 세대교체를 목적으로 한 인사다. 새로운 세대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이번 인사의 배경”이라며 여러 의혹들을 일축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측의 설명에도 그룹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남산 3억 사건 재조명 그리고 라인의 재구성

지난 2010년 당시 라 전 회장이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남산 3억’ 의혹이 함께 터져 나왔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지난 2008년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 전 행장이 비자금 3억원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인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 돈은 이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성격의 돈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당시 검찰은 이 남산 3억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고 종결해 봐주기 논란이 인 바 있었지만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조사의 오류를 지적하며 위 행장이 위증과 위증교사를 했다고 판단,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와 함께 재조명된 남산 3억 사건을 놓고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이 ‘남산 3억’ 리스크를 제거하고 라 전 회장의 직속 라인인 위 행장을 들어내면서 조 회장의 라인을 구축함과 동시에, 향후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유력한 위 행장을 '찍어내는' 이른바 ‘1석3조’를 노린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신한사태가 불거질 당시 위 행장은 홍보담당 부사장을 맡으며 라 전 회장의 오른팔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조 회장도 이런 의혹을 의식한 탓인지 이메일에서 "퇴임하는 CEO는 3월 임기까지 변함없이 그룹사를 이끌며 퇴임 이후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위 행장은 언론에 “위증 문제는 제가 은행장 선임이 될 때 지주 자경위(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와 은행 인수위에서 법적으로도 오랜 시간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그 문제가 퇴출에 영향을 줬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사위가 과거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수사를 권고한 만큼 이 사안이 완전히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위성호 “이번 퇴출은 조 회장 경쟁자 밀어내기”

신한금융그룹 사장단 인사가 발표된 후인 지난 26일 위 행장은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퇴출’이라는 어휘를 직접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위 행장은 “신한 5개 주요 자회사 CEO들은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고 있다. 이번에 그 회장 후보군 5명 중에 4명이 퇴출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의 이른바 ‘세대교체론’ 부정하면서 “‘조 회장의 경쟁자 밀어내기’가 이번 인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리스크는 채용비리

조 회장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양새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 재임 당시 신입 행원 채용과정에서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에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를 두고 지난 10월 조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의하면 조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재작할 당시 외부 청탁지원자와 부서장 이상 자녀 30명의 점수를 조작해 채용 특혜를 제공했다. 또 남녀 합격자 비율을 3대 1로 맞추기 위해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조작했다.

한편 지난 4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채용비리 재판의 중요한 증인인 김모 전 신한은행 인사부장은 혐의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부장은 지난 2013년 상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신한은행 인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원자 73명을 부정합격 시키거나 탈락시켰다.

그룹 안팎에서는 채용비리 행위를 직접 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불려다니며 이미지가 구겨진 조 회장이, 서울시 금고 유치 등 신한은행의 가시적 업적을 일궈내면서 차기 그룹 회장 후보 자리를 다진 위 행장에 대해 서둘러 사장단 인사을 단행하며 '정리'한 모습으로 비춰져 위 행장 스스로도 '퇴출' 당했다는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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