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 승진 통보 후 비자금 조성 연루 확인…인사 검증 시스템 구멍?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전 대구은행장·겸임)이 속칭 ‘카드깡’을 통해 30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실형을 선고 받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가운데 박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조력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룹 내 본부장급 인사의 승진이 번복된 것으로 알려져 DGB금융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 대구지방경찰청은 박 전 회장 등에 업무상 횡령·배임·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를 두고 박 회장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의하면 박 회장은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법인 자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 되파는 형식인 일명 '상품권깡'으로 약 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경찰은 박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중 1억8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지급한 환전수수료 9200만원과 법인카드로 구입한 개인물품 1900만원 등 1억11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은행에 입힌 것으로 봤다. 또 경찰은 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구입한 상품권 등을 허위로 정산하는 과정에서 다른 업체의 견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판단, 박 회장에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도 추가했다.

결국 박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1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박 회장 등 전·현직 대구은행 임직원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박 회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박 회장)이 기업경영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비자금 조성에도 깊숙이 관여했고 일부는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박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박 회장의 그림자는 꽤나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 깊이 관여된 것으로 추정되는 본부장 승진 예정자 2명이 승진 통보를 받은 다음날 낙마했다. 이들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미리 승진을 통보 받았으나 다음날 비위 사실 등이 확인돼 낙마 통보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이는 그룹 측이 승진 내정 단계에서 이들이 비위행위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거나 알고도 모른척 하며 '제 식구를 감싼'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DGB금융그룹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있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임원의 인사를 그룹내에서 밀어부치려다 향후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 일게될 후폭풍을 우려해 승진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지난달 27일 발표된 지주 및 은행의 임원 승진인사에서 5명의 신규 본부장(상무) 내정자 중 2명이 낙마했다. 애초 26일로 예정됐던 이번 인사 발표는 전날인 25일 오후 늦게 2명의 승진 내정자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승진 사실이 통보됐다가, 다음날 이들이 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됨에 따라 다른 인사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낙마한 인사 2명이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건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루됐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에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담당자가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비웠다”며 “현재 정확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 퇴진 임원들의 복직 문제와 관련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DGB금융지주 측이 퇴진 임원과 관련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할 것을 대구은행에 공문을 통해 주문한 것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은행의 일부 사외이사와 퇴진 임원들은 "경영 자율성을 침해한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지주 측은 "대주주로서 마땅한 업무"라며 서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대구 은행 이사회 2일 전인 지난달 24일 DGB금융지주가 대구은행에 보낸 공문을 보면 지주는 "퇴진 임원 5명은 모두 은행 임원으로서 근로자가 아니다"며 "지주사의 입장에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은 결코 승복할 수 없다. 이에 불복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향후 번복 가능성이 상당함에도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에 대하여 불복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은행은 물론 그룹사 전체의 신용과 명예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고, 향후 그룹 인사운영에도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며 "(은행이) 현 단계에서 불복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은 명백한 임무위배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은행의 일부 사외이사들과 퇴진 임원들은 언론에 "독립성을 지닌 은행 이사회 결정에 지주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은행 사외이사는 "공문 내용을 보면 지주는 노동 당국의 판정에 불복하지 않으면 그룹 전체 신용과 명예, 인사운영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며 사실상 은행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한 퇴진 임원은 "해고 과정에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는 지주가 나서서 은행 이사회 결정에 관여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지주는 부당한 해고에 이어 복직 불가 결정에도 부적절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DGB금융지주 측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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