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현지 교민 "하나은행이 보험을 예금으로 안내하고 미지급된 보험상품 판매했다"
하나은행 측 "해당 상품의 판매 창구일 뿐, 설명 책임은 보험사에 있어"

최근 인도네시아 인니(지역명) 소재 하나은행 현지 법인이 인도네시아 국영 보험사를 대행해 판매한 보험상품(방카슈랑스)에 문제가 터졌다. 현지 국영 보험사가 자사의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만기가 도래한 해당 상품의 보험금(원금과 이자)을 미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이 상품을 대신 판매한 하나은행 측에도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말인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의 합성어로 종합금융서비스를 위해 은행과 보험회사가 협력해 은행에서 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인도네시아 국영 생명보험회사 아수란시 지와스라야(PT Asuransi Jiwasraya)는 지난해 10월과 12월 만기가 도래한 저축성 보험 상품 '제이에스 프로텍시(JS Proteksi)'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보험금 미지급의 사유는 지와스라야의 유동성 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상품은 지와스라야로부터 판매 계약을 맺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인니 법인에서 판매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해당 보험 상품 2360건이 하나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이 중 현지 고객에게는 1139건, 교민 고객에게는 474건 판매됐다. 교민 고객의 원금과 이자는 약 5천720억루피아(약 443억872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지난해 10월과 12월 만기가 도래한 미지급된 보험금은 총 8천910억루피아(약 691억4160만원)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감독청(OJK)은 올해 1분기부터 지와스라야의 운영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경고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다. 지난달 28일 한 현지 언론은 금융감독청의 이치산누딘 감사부장이 “월례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 회사의 수입보험료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7년 수입보험료는 21조9000억루피아였지만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는 3조루피아에 불과했다. 지와스라야는 수입보험료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급보험금은 급증하면서 유동성 부족 현상에 직면해 결국 보험금을 미지급하는 사태를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해당 보험 상품을 판매한 하나은행에도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상품을 가입하고 보험금를 지급 받지 못해 피해를 입은 현지 교민은 최근 한 언론에 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제보하며 이번 보험금 미지급 사태에 하나은행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보내온 보험상품의 안내서에는 예금(Deposito)라는 문구가 정확히 명기돼 있다. 인도네시아어로 Deposito는 예금으로 국내와 마찬가지로 일정 금액이상 원금이 보장된다.

제보자가 ZD넷에 보내온 저축성 보험 '제이에스 프로텍시'의 상품 안내서. 이 안내서 상단에는 예금(Deposito)라는 문구가 정확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는 은행이 판매하는 보험상품으로 이는 보험이지 예금이 아니다. 또 제보자는 하나은행이 이 보험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를 예금으로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하나은행 창구 직원과 마케팅 직원이 "적금이며 보험 혜택을 받는다"는 안내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6~2018년까지 '지와스라야 예금(Deposito Jiwasraya)'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으며 최초 마케팅 당시 방카슈랑스가 뭔지에 대한 고지가 없었다"며 "또 다른 일부 피해자들은 일반 하나은행 적금과 지와스라야 상품 두 가지를 소개하며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는다고 잘못 안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Deposito라는 어휘는 예금이라는 뜻에 보험예치금이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예금보험(Asuransi Déposit)이라는 어휘를 사용하고 있어 안내서에 Deposito라고만 표기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교민인 피해자들은 인도네시아어에도 능숙하지 못하고 한국은행의 해외 법인인 만큼 신뢰하고 거래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인도네시아어에 무지한 고객들에게 사인을 시켜놓고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하니 황당하다"면서 "하나은행의 책임감있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해당 보험 상품을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하나은행 측은 판매창구 역할을 한 것일 뿐 설명 책임은 지와스라야에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지 법인에서는 해당 보험의 판매를 대행할 뿐이며 자세한 사항은 국영 보험사 지와스라야에 직접 전화 등을 통해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 교민이 현지말이나 영어를 통해 복잡하게 설계된 보험 상품을 문의하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하나은행이 정확한 설명 없이 그저 판매 창구 역할만 한다면 종합금융서비스인 방카슈랑스는 왜 존재하는가 하는 근원적 의문이 든다.

또 상품 안내서에 ‘예금’이라고 명시 된 것이 고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도 역시 자세한 내용은 보험사에 문의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책임 없다'로 일관하고 있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 교민들은 대한민국 은행인 하나은행의 ‘간판’을 믿고 해당 상품을 가입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