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총파업 못막으면 사퇴" VS 노조 "허인 행장, 임원 및 노조에 책임 전가"
물밑 협상 결렬 시 8일 총파업 돌입

국민은행 노사가 임단협 쟁점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19년만의 총파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사측에서는 경영인 57명이 총파업을 막지 못하면 모두 사퇴하겠다는 결의를 담은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 위원장 출신인 허인 은행장이 총파업과 이로인해 발생하게 될 시민의 불편 등의 책임을 김남일 영업그룹대표 부행장 등에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성과급·페이밴드·임금피크제 등에서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노조가 8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홍배)는 7일 오후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파업 전야제를 열고 조합원과 밤샘 집회에 나설 계획이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까지 물밑 교섭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지만 주요 안건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쉽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찬반 투표에서 참여자의 96%에 해당하는 1만1511명이 쟁의행위 돌입에 찬성했다. 노조 측은 이번 총파업에 1만여명이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노조는 8일 하루짜리 경고성 총파업 후, 이달 31일부터 2월 1일까지 2차 파업을 하고 순차적으로 5차 파업까지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와 페이밴드, 성과급 등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부점장의 경우 만 55세에 도달하는 다음달 초, 팀장급 이하는 만 56세에 이르는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미 산별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진입 1년 연장이 결정됐지만, 사측은 부점장과 팀장급 이하의 진입 시기를 통일하겠다며 일괄 만 56세에 도달하는 다음달 초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이 경우 팀장·팀원 급의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가 1년 연장이 아닌 수개월 연장에 그치게 된다고 맞서고 있다.

자료-국민은행 노조
자료-국민은행 노조

페이밴드는 직급별로 기본급 상한을 설정해 연차가 차더라도 승진을 못 하면 임금이 제한되는 제도다. 2014년 11월 신입 행원을 대상으로 적용해왔으며 노조는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측은 전 사원에 확대해야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성과급 역시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이다. 노조는 허 행장이 앞서 "최고의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300%의 성과급을 받은 상황에서 리딩뱅크를 탈환한 국민은행의 성과급이 이보다 낮아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총파업이 진행될 지는 아직 모른다"며 "파업 직전까지 협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사측의 성과급 200% 안과 노조 측의 300% 안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이밴드 안건과 임금피크제 안건은 어느 한 측이 양보 하지 않으면 조율이 어려운 사안이긴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조는 사측이 파업 참가자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며 노동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일 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대표는 각 부점장에게 발신한 ‘총파업 관련 복무 유의사항’을 통지하며 “총파업 당일 파업참가 직원의 근태는 ‘파업참가’로 등록하라”는 지시를 했다. 노조는 지시를 ‘전 근대적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할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존엄성은 물론, 노동3권의 기본권을 지닌 모든 조합원에게 잠정적인 ‘주홍글씨’ 낙인을 찍고 인사상 불이익을 암시하는 전근대적인 인권침해 행위”라고 강조하며 “‘파업참가’근태등록 지시는 박근혜 정부 당시 폭넓게 자행된 ‘블랙리스트 관리방식’과 동일한 인권침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개별 직원들의 근태 파악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김남일 부행장과 전무, 상무, 본부 본부장, 지역영업그룹 대표 등 54명이 허인 행장에게 총파업을 막지 못하면 사퇴한다는 뜻을 담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사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결과 총파업이 진행돼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 책임이 허 행장에게도 있지만 '허 행장은 책임을 아래로 떠넘기며 힘없는 임원을 꼬리자르기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사태의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노조는 "노조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을 앞두고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데 직원과 노동조합은 무책임하게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며 "이는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사의 표명이지 아직 사표 수리도 되지 않았다"며 "정작 이번 노사갈등을 야기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 행장은 책임조차 지지 않고 힘없는 임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 한 것"이라며 "최악의 사태에서 시민의 불편의 초래 되는 만큼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이 사태를 방지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 측에서 주장하는 '꼬리자르기'나 '노조에 책임 전가'는 오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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