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증권사 직원, 고객에 10억여원 받아 증권 계좌 아닌 본인 계좌로 자금 운용
'내부통제 실패' 신영증권, 개인의 일탈로 선 긋기하며 "증권 계좌에는 손해 없다"

신영증권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명백한 타살의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사건을 자살로 결론내고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후 이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10억대의 투자금을 증권사의 계좌가 아닌 본인 개인 계좌를 통해 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해 자금을 운용하던 중 큰 손실이 났거나 투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영증권 측은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0억대의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억울함은 안중에도 없이 개인의 일탈로 선긋기를 하며 증권 계좌에는 손해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10일 부산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낮 12시 30분경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도로에 주차 중인 한 차량에서 신영증권 해운대지점 투자상품 상담 담당 ㄱ(4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원인 조사 결과 타살의 정황을 찾을 수 없어 ㄱ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사실은 ㄱ씨의 자살의 이유를 가늠케 했다. ㄱ씨에게 자금을 맡겼던 투자자가 ㄱ씨의 지점을 찾아와 투자 운용 상황을 확인 하던 중 본인이 맡긴 자금이 증권사의 계좌가 아닌 ㄱ씨의 개인 계좌를 통해 운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렇게 ㄱ씨가 고객 및 지인에게 받아 운용한 자금은 무려 10억여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신영증권은 이 돈이 어떻게 투자됐는지 혹은 ㄱ씨가 횡령을 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신영증권은 이번 사태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투자자는 안중에 없이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선 그으며 자사의 수익성에만 몰두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자금이 ㄱ씨의 개인 계좌로 들어가 있어 파악이 어렵다”며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금융사고에 대한 예방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개인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발생됐고 증권사의 증권 계좌에는 어떤 피해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ㄱ씨가 신영증권의 직원인 것을 보고 투자금을 맡긴 만큼 회사가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과 피해자 구제 방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증권사 직원이 개인 계좌를 통해 고객의 자금을 운용한 것은 금융사고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신영증권이 금감원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 한 상황”이라며 “금감원 검사의 원칙에 따라 증권사의 자체 감사와 조치 등 결과를 보고 난 후 미비점이 있다면 신영증권에 검사를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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