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개인정보 및 가족나들이까지도 감시해 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
인사불만·문책위기 역이용해 회유하기도…미전실 부사장 등 13명 가담

삼성이 계열사 에버랜드에 노동조합이 생기자 주요 노조원을 미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은 ‘문제인력’으로 분류한 노조원의 신상 정보를 철저히 캐거나, 식사로 무엇을 주문했는지 기록할 정도로 철저한 감시를 벌였다.

14일 ‘삼성 에버랜드 노조방해 혐의’로 기소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13명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사측은 에버랜드 노조 관계자들의 건강 정보와 금융거래 내역 등 개인정보 수백 건을 수집해 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방해 공작은 지난 2011년 6월4일 현 노조 부위원장인 조장희 씨 사무실에서 노조설립 준비 문건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사측은 인사이동이나 해고, 납치·감금을 당할 경우 대응 방안을 담은 이 문건을 ‘불온문서’로 낙인 찍고 그룹 미래전략실에 파견근무 중인 직원까지 불러들여 상황실을 꾸렸다. 

상황실은 조씨를 비롯한 일부 직원과 가족을 ‘에버랜드 문제인력’으로 부르며 동향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을 이용해 문제인력을 미행·감시하는 이른바 ‘패트롤’ 방식이 동원됐다. 또한 문제인력과 가까운 거리에서 근무하는 ‘대항사원’을 통해 동향을 파악하고, 반대로 이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퇴로관리자’도 지정했다. 

이렇게 수집된 동향은 상황실에 공유됐고 그룹 미전실에도 보고됐다.

에버랜드는 2011년 10월 휴일에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나들이 간 조씨에게 보안업체 직원을 붙여 5시간여 동안 밀착 감시했다. 시간대별 이동경로, 식사주문 내역, 흡연 여부까지 수집해 일일동향 문건으로 정리했다. 

문제인력의 차량번호나 대화 내용, 금융거래내역, 건강 관련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 226건이 미전실까지 보고됐다.

어용노조 설립도 치밀하게 진행됐다. 삼성은 이미 ‘진성노조가 설립되거나 설립이 예상되는 경우 회사 차원에서 대항노조를 설립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한다’는 내용의 그룹 노사전략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삼성 에버랜드 노조 와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 에버랜드 노조 와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측은 전보인사로 불만이 있던 임모씨에게 주거지 근처로 인사발령을 내준다는 등의 조건을 달아 위원장 자리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에버랜드는 노조활동에 아무런 경험이 없는 임씨에게 설립신고서와 노조규약, 총회 회의록 등을 대신 써주거나 검토해줬다.

사측의 지원을 받은 어용노조는 2011년 6월20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9일 만에 사측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틀 뒤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됐지만, 조씨 등이 설립한 ‘삼성에버랜드노조’는 교섭에 참여하지 못했다. 

임씨는 별다른 노조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언론 인터뷰 등 ‘상황’이 발생하면 회사에 보고했다.

노조방해 공작은 협력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에버랜드에 운전기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CS모터스에 지난해 6월 노조가 설립되자 회유작업이 시작됐다. 

사측은 운전 중 사고를 내 문책 위기에 처한 노조원에게 접근해 “노조에 있으면 달라지는 게 없지만 만약에 나오게 된다면 선처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거나 “노조를 했다고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 있는 동안 ‘내 새끼’로 키우겠다”고 회유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