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사회 측, 임추위 무력화 시도로 판단하고 대책 마련 중
은행 노조 "김 회장 겸직?…지배구조 후진화" 비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DGB대구은행장 겸직을 둘러싼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의 내홍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 이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주 측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겸직을 밀어붙이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그룹 내부적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DGB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금융지주사로서의 은행장 후보 추천 고유 권한과 법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은행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절차를 형식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은행 임추위의 겸직 반발을 무력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지주의 자추위가 추천하는 은행장 후보를 임추위에서 받아들여 은행 이사회에 추전하고 다시 이사회가 후보자를 상정해 의결하면 후보자는 최종적으로 선임이 결정된다.

하지만 임추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자추위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해서라도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지적다. 실제 대구은행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금융지주가 주주제안권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언론에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11조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경영지배구조 결정 업무를 할 수 있다"며 "지배구조 결정은 일반적으로 임원, 최고경영자 선임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 지주회사법 설명에도 지배구조 결정은 임원이나 CEO 선임, 추천을 의미한다고 돼 있다"며 지주회사 고유 권한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은행 이사회 측은 임추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현재 금융지주의 자추위는 김 회장의 DGB대구은행장 겸직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현재 그룹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현재 금융지주의 자추위는 김 회장의 DGB대구은행장 겸직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현재 그룹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편 대구은행 노조도 김 회장의 높은 연봉과 자추위 지배구조 후진화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15일 대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해 "언론에 보도된 지주사 회장의 연봉이 15억원이고, 이는 전임자의 3배에 이른다"며 “지난 11일 DGB금융지주 자추위에서 김태오 지주 회장의 겸임을 결의한 것은 지역 사회와 전 임직원과의 약속을 묵살하고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주사 회장의 연봉 15억원은 겸직을 하던 전임자의 3배를 넘는 고액인데, 여기에 은행장까지 겸직하면 3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며 ”일선 영업 현장에서 매일 피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직원들의 노고와 비교하면 과연 합당한 보수인지 숙고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DGB금융보다 규모가 큰 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연봉을 상회하는 ‘황제연봉’이 아닐 수 없다"며 "경영상 리스크로 은행 평판도 하락하고, 인사 난맥상, 불통과 아집의 경영 등으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되돌아 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한다 하더라도 연봉이 산술적으로 2배가 되지는 않는다"며 "겸직 반대의 목소리도 2200여명의 1노조 조합원보다는 60여명의 2노조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행 이사회는 뚜렷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1노조도 약속 불이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지난해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후임에 오른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박 전 회장의 대구은행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채용비리 혐의 등을 말끔히 털어내기 위해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하면서 자신은 회장과 은행장 겸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김 회장은 1954년 11월27일 경상북도 왜관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등학교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해 13년 동안 일하다 1991년 보람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1999년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되면서 하나은행에서 근무했다. 하나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 본부장과 가계기획·추진본부 부행장보, 하나은행 카드본부 부행장보,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영남사업본부 대표 부행장 등을 거쳐 2012년 3월 하나HSBC생명(현 하나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4년 3월부터 1년 동안 하나HSBC생명 고문으로 일한 뒤 2015년 3월 현업에서 떠났다가, 지난해 5월부터 제3대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DGB금융지주 사상 외부 출신이 회장 자리에 오른 경우는 김 회장이 처음이다.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이 분리된 첫 해인 만큼 체제안정에도 힘써야할 시기에 불거진 '내홍'인 만큼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시킬 수 있는지도 김 회장의 판단력과 리더십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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