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장 점거 농성 벌인 비정규직노조 “원청의 협박·군기 잡기”라며 반발
회사측 “공장 점거로 생산라인 차질 빛어 손해…재발방지 차원서 보낸 것”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금호타이어가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공장 불법점거 농성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것과 관련해 각 도급업체 대표를 대상으로 ‘사원들을 철저히 관리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노조 반발을 사고 있다.

21일 금속노조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지난 17일 각 도급업체 대표 앞으로 ‘불법 시설점거 관련 금호타이어 입장 통보’라는 제목의 A4용지 1장짜리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을 보면 금호타이어는 ‘귀 업체와의 도급계약에 대한 지속 여부를 고민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원들을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명시했다.

노조는 해당 공문이 지난 7일부터 3일간 진행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크릴룸(Creel Room) 점거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이 속한 도급업체에도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농성과 무관한 하도급 업체에 원청인 금호타이어가 계약 지속 여부를 언급하고, 철저한 사원 관리를 당부한 공문을 보낸 의도가 ‘군기 잡기’ 또는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힘없는 청소노동자는 일터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을 뿐”이라며 “금호타이어가 본질은 간과한 채 생산 차질을 빌미로 노동조합 전체를 협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가 공개한 금호타이어가 각 도급업체 대표에게 보낸 공문(사진-연합뉴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가 공개한 금호타이어가 각 도급업체 대표에게 보낸 공문(사진-연합뉴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경위에 대해 “하도급 업체에 당시 공장 불법 점거와 관련된 전반적인 상황을 알리고 직원 관리에 대해 좀 더 신경써달라는 의미였다”라며 “금호타이어는 비정규직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는데도 공장 불법 점거로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등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재발 방지 촉구 차원에서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농성은 기존 광주·곡성공장 청소 용역회사 4곳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계약 기한 만료에 맞춰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후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새 청소 용역업체인 ‘에스텍세이프’와 광주·곡성공장 청소 업무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에스텍세이프가 기존 고용 조건을 인정하지 않고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이후 청소노동자들은 원청인 금호타이어 측 책임을 함께 물으며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광주공장 크릴룸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고, 원자재를 반제품으로 가공하기 직전의 초기 공정에 속하는 크릴룸이 멈춰서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점거 농성 사흘째인 9일 금속노조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와 에스텍세이프가 하도급 계약 변경 과정에서 고용·단체협약·노동조합 승계에 합의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생산라인 점거 농성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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