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사, 잠정 합의안 교환
페이밴드 안건, 노사 의견 갈려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를 하고 있다.(2019.01.08)

KB국민은행 노조의 2차 파업이 철회됐다. 19년만의 파업으로 노사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노사는 줄다리기 협상 끝에 잠정합의서를 교환하며 의견 조율에 한걸음 다가간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21일 오전 집행위원회를 열고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예정된 2차 파업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다만 이후 3∼5차 파업계획에 관해서는 결정을 유보했다.

2차 파업 철회는 임단협(임금 및 단체 협약)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보고를 받은 허권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이 파업 철회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국민은행지부는 21일 조합원 소식지를 통해 “20일 늦은 시간, 지부의 임금·단체협상 타결을 앞두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1월30일~2월1일의 2차 파업 계획 철회를 지시했다”며 “(임단협 최종 합의에) 사실상 허인 은행장의 결단만 남긴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해 국민에게 피해를 줄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국민은행지부는 “21일 오전 노조 집행위원회를 열어 2차 파업 계획의 철회를 가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은행 노사는 18일 핵심 쟁점에 대한 임단협 잠정합의서 초안을 마련해 각자 작성한 잠정합의서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노사가 모두 동의하는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잠정합의안에는 임금피크 진입 시기와 전문직무직원 무기계약직 전환, 점포장의 영업 경쟁을 부추기는 후선보임 문제, L0(최하위 직급) 전환 직원 근속연수 인정, 신입행원 페이밴드(호봉상한제) 등 주요 쟁점이 모두 포함됐다.

주요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의 경우 전 직원이 만 56세 다음달로 일원화할 전망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부점장급은 만 55세에 도달한 다음달 1일, 팀원 급은 만 55세 도달한 다음해 1월 1일부터 각각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도록 이원화돼 있다.

사측은 당초 만 56세 도달연도 1월 1일로 통일할 것을 제시했다가 만 56세에 도달하는 때의 다음달 첫날로 수정 제안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되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팀원급 직원을 위한 연수 지원을 약속받았다.

잠정합의안대로 합의를 도출하면 팀장 이하 임금피크제 진입 대상자는 6개월짜리 인생설계연수를 받으며 이 과정에서 연수비를 일부 지원받게 된다.

L0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근무경력 인정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L0는 2014년 영업점에서 입출금을 전담하는 이른바 '텔러' 직군 4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만든 직급이다. 노사는 인사제도TF를 꾸리고 L0 직원의 근속연수 개선방안을 찾기로 했다.

L0의 정규직 전환 당시 텔러 근무 1년당 일반직 3개월 근무로 간주하고 최대 36개월까지 경력을 인정했으나, 근무경력 인정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것이 노조의 요구였다.

보로금은 통상임금의 150% 상당 현금, 100% 상당 우리사주 무상지급, 50%에 해당하는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총 300%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임금 인상률은 노조의 요구대로 일반직 2.6%, L0 등 저임금직 5.2%다.

이외에도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과도한 영업 경쟁을 부르는 영업점장 후선보임 제도도 개선키로 했다.

하지만 페이밴드(승진 지연 시 호봉 승급 제한) 안건에서 노사는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정합의안에 '2014년 11월 1일 이후 입행한 직원에 대해 페이밴드는 새로운 급여체계에 대한 합의 시까지 적용을 유보한다'라는 내용이 담겼지만, 유보 기한을 놓고 노사는 의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기한을 넣지 않으면 페이밴드 적용이 무기한 유보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한을 명시할 것을 요청했고, 노조는 잠정합의안 그대로 갈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후 5년간 적용 유보 기간을 두자는 제안과 2019년 중에 재논의하자는 수정안을 사측이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노사 페이밴드 안건에서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주요 쟁점에 의견이 근접해 있는 만큼 조만간 임단협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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