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조
수탁책임전문위원회서는 참여 반대 의견 더 많았지만 향후 결론은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서 주재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투자에 참여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그 범위를 논의 중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로서 대기업 오너 등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을 행사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두고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과 민간 기업의 경영권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는 시각이 엇갈려왔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틀린 것을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상생 경제는 대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도 꼭 이뤄져야 할 일로, 정부는 대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지속해서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해왔다"며 "그 결과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의 순환 출자가 2017년 9월 93개에서 작년 12월 5개로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무부는 대기업 위법 사례에 대해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을 상대로 한 3건의 소송을 포함해 입찰 담합 소송 25건을 제기해 44억원을 환수하는 실적을 올렸는데 이는 사상 최초의 성과"라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을 축소해 일감 몰아주기 같은 사익 편취를 해소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 수탁책임전문위원회는 서울 시내 모 처에서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그 범위를 논의했다. 수탁책임위 위원들의 생각은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반대에 기울어져 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탁책임위는 조 회장 등 회사 이사들의 배임 행위와 총수 일가의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각종 비행 행위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주가치가 훼손됐는지를 검증하고, 주총에서 주주권행사 방안과 이후 후속 조치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해임, 사외이사선임 정관변경 요구 등 경영참여형 주주권행사에 부정적 의견을 더 많이 냈다.

위원들은 대한항공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에 대해 2명이 찬성했고 7명이 반대했다. 한진칼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에 대해서는 찬성 4명, 반대 5명이었다.

찬성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반대 측은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국민연금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이 의견이 갈려 합의를 내지 못하자 수탁책임위는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위원들의 의견을 그대로 보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은 기금위로 넘어갔고 기금위도 수탁자책임위 위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금위는 수탁자책임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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