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8월 이후부터 쌓인 어음…1000억원 예상

국내 1호 신발기업인 주식회사 화승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납품업체와 대리점 등 협력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 

화승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이에 법원이 곧바로 채권추심과 자산 처분을 막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화승은 "부채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채무 조정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화승의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화승에 의류와 신발 등을 납품하던 50여곳의 업체들이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들의 피해규모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화승은 지난해 8월 이후 납품업체에 물품대금을 5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했다. 업계는 반년 동안 쌓인 어음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해 규모가 큰 10개 납품업체의 대표들은 지난 6일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모색했다. 200억원이 회생채권으로 묶인 의류제조업체 MSA 변종건 대표는 "10개 업체의 지난 가을과 겨울 시즌 물품대금만 600억원이다"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업체까지 합치면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8월이후 납품한 물품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올 봄·여름 제품까지 합치면 화승은 1년 가까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납품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업체뿐 아니라 대리점의 피해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화승은 현재 전국에 르까프 매장 280곳, 케이스위스와 머렐 매장을 각각 160여곳 운영하고 있다.

화승 관계자는 "기업회생 신청으로 대리점 등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묶이게 돼 이들 업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 부분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납품업체의 피해에 대해서는 "화승 제조 공장은 베트남과 중국에 있고 원부자재도 주로 현지에 있기 때문에 국내 중소 납품업체의 피해는 그리 그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화승은 1998년 외환위기 때 한 차례 부도를 내기도 했지만 화의 절차를 거쳐 회생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아웃도어 열풍 속에 2011년 매출액 5900억원, 영업이익 17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 스포츠 브랜드가 내수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2013년 영업이익이 68억원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아웃도어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이후에도 경영은 악화해 2016년에는 369억원, 이듬해에는 5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화승에 간접 투자한 화승그룹은 "손실을 이미 반영했기 때문에 피해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화승 지분은 산업은행과 KTB PE(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사모투자합자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화승그룹은 2013년 화승 지분 51%를 전문 경영인 출신인 고영립 전 회장 측에게 매각했다. 이후 사모투자합자회사가 2015년 이 지분을 인수했다. 화승그룹은 나머지 지분 49%를 후순위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합자회사에 투자했다. 당시 지분 금액은 1200억원에 달하며 이는 그룹 계열사가 골고루 분산됐다.

또 화승그룹은 화승의 유동성 자금으로 350억원을 현금으로 출자했다. 이에 화승그룹은 합자회사의 지분 60%를 보유하게 됐지만 배당을 받는 것 이외에 경영에 나설 수는 없게 돼 있다. 화승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각 당시 발생한 출자금은 지난 3년간 화승 실적에 따라 적절하게 평가해 감액처리 해 왔고 추가 자금 지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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