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연료유보다 4~50% 비싸…대부분 국내 선사들,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
가격 급등 시 연쇄도산 등 우려…저유황유 안정적 공급‧가격 안정화 방안 필요

현대미포조선 LNG벙커링선(사진-연합뉴스)
현대미포조선 LNG벙커링선(사진-연합뉴스)

국내 해운선사들이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따라 저유황유 사용으로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황유는 초기투자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기존 연료유보다 가격이 40~50% 비싼 데다 수요증가로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선사들의 경영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해운산업 경쟁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안정적인 저유황유 공급과 가격 안정화 방안 마련 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모든 항로를 지나는 선박을 대상으로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선박이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해 10월 한국선주협회 도움을 받아 국내 선사 61곳(보유 선박 426척)을 대상으로 IMO 규제 대응 전략을 설문 조사한 결과 69.4%의 선박에 저유황유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스크러버(황산화물 배출 저감장치) 설치는 29.1%, LNG 추진 선박은 1.5%에 그쳤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7월 스크러버를 장착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프로미스호를 취항했다. 이 배는 1만TEU급 이상 메가 컨테이너선으로는 세계 최초로 스크러버를 장착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발주한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LNG 레디' 디자인을 적용하고, 스크러버를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LNG 레디는 기존 연료유인 벙커유를 사용하면서 향후 LNG 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게 선박 내 LNG 연료탱크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둔 상태를 말한다.

SM상선은 보유 선박 척수가 적고, 빌려서 쓰는 용선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해 비용이 많이 드는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보다 저유황유를 사용하기로 했다.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대한해운, 에이치라인 등 중소형 선사들은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 장착을 결정했다.

외국 선사들 가운데 세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은 저유황유, 2위인 스위스 MSC는 스크러버 장착 위주로 IMO 규제에 대응하기로 했다.

프랑스 CMA CGM은 저유황유 사용을 기본 전략으로 정했지만, 20척 이상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고 15척의 LNG추진 선박을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 선사들이 대부분 채택할 예정인 저유황유는 선박 엔진 개조나 추가 설비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초기투자비용이 들지 않지만, 기존 연료유보다 가격이 40~50% 비싼 데다 수요증가로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스크러버를 장착하면 값싼 기존 벙커유를 사용할 수 있지만, 초기 설비투자와 유지비용이 많이 들고 화물적재공간이 줄어든다.

LNG 추진 선박은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할 최적의 방안으로 꼽히지만, 선박을 새로 지어야 하는 데다 화물적재 공간이 줄고 연료공급망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국내 해운업계가 저유황유 의존도를 높일 경우 자칫하면 가격 급등으로 말미암은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자치 연쇄 도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나라는 저유황유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최근 국토교통성이 정유사, 선사 등과 저유황유의 안정적인 공급방안과 운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선사, 정유사, 관련 협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저유황유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주장했다.

스크러버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이를 국내 중소 조선소 일감과 연계하는 방안 등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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