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성과 내고 있다" 평가
일각 "한진 측이 큰 틀에서 KCGI 요구 수용하면서도 조양호 회장 경영권 방어"

한진그룹이 한진 등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사외이사 증원·배당성향 확대 등 자체 쇄신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쇄신안은 큰 틀에서는 KCGI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 쇄신안이 줄곧 여론의 뭇매를 맞아 왔던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도 존재한다.

13일 한진그룹은 향후 5개년 중장기 계획을 담은 이른바 ‘비전 2023’을 발표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날인 14일 KB증권은 한진그룹이 발표한 중장기 비전과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과 관련해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KCGI는 지난해 11월부터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을 여러차례 사들이며 두 회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줄곧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등을 요구해왔다.

업계에서는 한진 내 놓은 한진칼 송현동 부지 연내 매각 추진을 포함 5개년 중장기 계획과 관련 한진 측이 KCGI의 요구를 큰 틀에서는 수용하면서도 조양호 한진 회장의 경영권은 방어하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주주행동주의 펀드 KCGI는 “(한진 자회사)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2017년 557%에서 2018년 또다시 600%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으로, 이러한 신용등급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한진해운 투자 실패”라며 “5년 안에 투자 이전의 단계로 신용등급을 회복해야 한다”고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 안을 KCGI 안과 비교하면 대한항공 부채비율 300% 달성, 송현동 및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개발 또는 매각 검토, 택배 터미널 설비 확대와 자동화 설비 투자 및 IT 기술 접목 등은 KCGI 안 일부를 그대로 또는 변형해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배당성향도 2017년 3.1%에서 2018년분은 50%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강 연구원은 "한진칼의 2018년 배당성향 50% 검토 등은 한진그룹 안이 KCGI 안보다 한 발 더 구체화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쇄신안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는 사외이사를 늘리고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진과 한진칼의 사외이사를 현재 3인에서 각각 4인으로 늘린다.

감사위원회는 현행 1인에서 3인으로 인원을 늘린다. 한진 측은 1인 감사 체제에서의 제약을 극복하고 경영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3인의 감사위원’ 체제로 바꾸는 것을 두고 KCGI 측의 감사 선임을 막기 위한 선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땅콩 회항·물컵 갑질 등 오너 일가의 비행을 차단하기 위해 KCGI 제시한 방안은 상당히 완화되거나 아예 빠진 것도 있어 '오너 리스크' 해소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강 연구원은 "지배구조 위원회를 통한 주요 경영사항 사전 검토·심의, 범법을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 등 KCGI 안 일부 내용은 한진그룹 안에서 빠지거나 상당히 완화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진그룹의 이번 안을 KCGI의 행동이 일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해석하면서 "KCGI 안을 한진그룹 경영진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방안의 목표는 한진그룹 현 경영진이 KCGI 측 경영개선 제안에 대응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 지지를 얻기 위한 KCGI와 경영진의 경쟁은 주주가치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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