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장 서측 2-5단계 부두…항만 자동화 가속
노조, 크레인 기사 업무전환 등 일자리 대책 고민

부산신항 터미널의 대형 안벽 크레인들
부산신항 터미널의 대형 안벽 크레인들

부산 신항에 국내 처음으로 사람이 타지 않은 채 컨테이너를 배에 싣고 내리는 크레인이 도입될 예정이다. 2022년 6월 개장할 예정인 신항 서측 2-5단계 부두가 대상이다.

부산항만공사는 2-5단계 부두에 설치할 각종 하역 장비 가운데 안벽 크레인을 원격 조종방식으로 도입하기로 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항만 자동화 추세에 따라 중국 칭다오항, 덴마크 로테르담항, 싱가포르 투아스항 등이 먼저 이런 방식의 크레인을 도입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1978년 최초의 컨테이너선 전용부두인 북항 자성대부두가 문을 연 이후 사람이 직접 타서 운전하지 않는 크레인이 도입되기는 처음이다.

원격 조종 방식은 부두 안벽과 멀리 떨어진 운영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모니터를 보면서 조이스틱으로 크레인을 조작해 컨테이너를 옮기는 방식이다.

현재 부산 신항과 북항의 모든 터미널에서는 사람이 최고 높이 50m에 이르는 크레인 상부 운전실에 앉아서 눈으로 보면서 컨테이너를 옮긴다. 부두 장치장 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장비인 야드크레인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2-5단계 부두는 총 5개 선석 규모로 2022년 6월에 3개 선석, 2025년에 2개 선석을 각각 개장할 예정이다.

항만공사는 이 부두에 선석당 3~4대의 안벽 크레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제작에 2년가량, 설치 후 시험운영에 최소 10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개장 시기에 맞추려면 올해 중에 발주해야 한다.

실제로 하역 장비를 사용할 부두 운영사의 의견이 중요한 만큼 올해 6월까지는 운영사를 선정해 설계에 반영한다는 게 항만공사 방침이다.

안벽 크레인 규모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선박 대형화 추세에 대비하려면 현재 부산항에 설치된 크레인보다 더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에 기항하는 가장 큰 선박은 20피트 기준 컨테이너 2만1500여개까지 실을 수 있다.

선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선박 규모를 키우고 있어 조만간 2만5000개를 싣는 배가 운항하고, 장래에는 3만개 이상까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항만공사는 2-5단계 부두를 완전 자동화에 대비한 반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안벽크레인을 먼저 원격조종방식으로 바꾸고, 부두 배치 등도 언제든 자동화로 전환할 수 있게 설계할 방침이다.

안벽 크레인이 원격 조종 방식으로 바뀌면 대당 4~5명에 이르는 크레인 기사가 사라지게 된다. 24시간 가동하는 부산항에서는 현재 안벽크레인 기사들이 3조 2교대하며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근무한다. 5개 선석 기준으로 약 130명의 기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 북항의 컨테이너부두들이 점차 신항으로 물류 기능을 옮겨가면 기존 크레인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항만노동자 단체인 부산항운노조는 "기존 크레인 기사들을 훈련해 원격 조종 요원으로 전환하는 등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교육훈련 시설 마련 등을 항만공사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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