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이어온 지분인연 결별?…"윤리적 차원으로 제안한 것"

삼양식품의 우군 역할을 해오던 현대산업개발(HDC)이 최근 전인장 회장의 경영사퇴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HDC와 삼양식품이 14년간 '지분인연'을 가져온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횡령이사는 결원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관 변경을 제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5% 이상 주주 자격으로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정관 변경의 주 골자는 '모회사나 자회사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손해를 끼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영진(등기이사)은 결원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해당 제안은 다음달 22일 열리는 주총 안건에 올라왔다.

이는 최근 횡령 혐의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전인장 회장을 겨냥한 주주제안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 전 회장은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아내인 김성수 사장은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만약 이번 주총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될 경우, 전 회장은 삼양식품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확산 분위기에 맞춰 제안을 한 것 뿐"이라며 "현대산업개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 측도 "윤리경영 가오하 측면에서 제안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삼양식품은 삼양내추럴스 등 최대주주가 47.2%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표대결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승리할 가능성은 적다. 정관변경 안건의 경우 주주 3분의 1 이상 참석에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현대산업개발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온 터라, 이번 제안은 더욱 의미가 있다. 故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과 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막연한 친구사이였다. 현대산업개발은 회장 간의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2005년 당사 화의에 빠져 있던 삼양식품 지분을 20% 넘게 매입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우호지분을 사들여 삼양식품의 '백기사' 역할을 했던 것이다.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 세대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서로 호형호제하며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주주 제안은 최근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과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너일가와 경영진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1심에서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 받고 전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수행하기에는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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