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미국 생산·멕시코 공장이전 대처가능, 반면 르노삼성·한국GM '직격탄'

국내 자동차업계가 미국 관세정책 결정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미국 관세정책 결정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발 관세 폭탄에 국내 자동차업계가 떨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예정대로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보고서 제출이 진행되고 향후 결정에 따라 미칠 영향력때문에 국내 업체의 대응준비로 민감한 상황이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수입차와 부품에 고율(20~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쿼터제 적용, 미래차 기술인 'ACES(자율주행·커넥티드·전기차·공유차량)'에 제한적으로 부과 등이다.

고율 관세 부과는 미국이 자동차를 수입하는 주요 5개 지역인 유럽연합(EU)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한국을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한 바 있어 멕시코와 캐나다는 제외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따라서 관심은 EU와 일본, 한국 3개 지역에 어떤 조합으로 관세를 부과할지에 쏠리고 있다.

한국이 관세 대상국이 된다면 매출액 대비 12% 수준인 인건비의 2배 이상인 25% 관세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대미 수출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내 현지 생산은 생산능력의 100%에 근접하거나 초과 가동 중인 상태로 단기적인 생산 증가 여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5개 지역 전체에 부과하면 한국 자동차산업 총생산은 4.4% 감소하고,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총생산 감소 폭은 6.7%로 커진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 EU나 일본을 추가로 면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의 총생산 감소는 7.4%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가능성은 작지만 한국에만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총생산 감소는 7.9%에 이른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 한국도 면제된다면 EU와 일본의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한국의 총생산은 4.1% 증가하는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상대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 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

보복관세가 부과되는 경우에도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 EU와 일본이 각각 면제 대상국에 포함되면 한국의 총생산은 각각 5.7%, 5.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한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면제국이 된다면 한국의 총생산은 5.6% 늘어나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자동차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미국 25% 관세+상대국 보복관세' 상황에서 캐나다, 멕시코, 한국 등 3개국이 제외되면 모든 시장에서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11.6%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캐나다와 멕시코만 제외된다면 대미 수출이 절반으로 줄어 전체적으로 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도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관세 부과 때 의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초당적 법안이 준비되는 등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기준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물량은 약 81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33%를 차지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판매량 총 127만대 중 절반가량인 60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했고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도 각각 16만대, 11만대의 국내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생산을 늘리거나 멕시코 공장으로 일부 물량을 이전하는 등 대처가 가능하지만,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전체 수출 물량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5%, 78%에 달해 타격이 더욱 클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작년에 낸 보고서에서 25% 관세를 물릴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가격이 9.9∼12.0% 상승하고, 그에 따른 국내 자동차업계의 손실 금액은 총 2조8천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1조4700억원, 기아차는 1조1100억원, 르노삼성은 1600억원, 한국GM은 14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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