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산업구조 고도화‧체질 개선, 정부주도 '스마트 공장' 집중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각국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경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의 체질개선에 집중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주력 산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제조업 내 업종 간, 그리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전통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동종 기업뿐 아니라 과거 경쟁 관계가 아니었던 여타 업종 또는 서비스업 영위 기업과도 새로이 경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 확대 과정에서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아시아 주요국의 내수 비중이 커지고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국제분업 유인이 약화했다"며 "제조업을 둘러싼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조업 경쟁환경 변화가 우리나라에 우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절한 대응전략을 통해 우리 제조업이 재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의 어려운 수출 상황은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국제 유가 하락 등 대외요인이 작용한 측면이 크지만, 그간 제조업이 양적 성장에 치중해 상대적으로 질적 고도화에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 것과 이어진다.

성 장관은 "정부도 제조업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해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면서 "포트폴리오와 생산구조 측면에서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을 보유하고 혁신 역량도 우수한 만큼 우리의 강점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산업구조 고도화와 체질 개선에 매진하자"고 당부했다.

성 장관이 당부한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3개 국책 경제연구기관과 현대경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SK경영경제연구소 등 5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원장 등이다.

국내 경기 지표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경제여론 분석기관들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평소와 다른 주력 산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강조했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임승윤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염용섭 SK경제경영연구소장 등 디스플레이,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대표하는 관계자들이다.


“출하감소‧제고증가, 경쟁력 잃은 국내제조업 위기감 커져”

결국 이는 정부의 위기감이 극대화됐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8일 경남 창원을 찾아 "제조업이 사양산업이 아니고 새로운 도약산업으로 발전하도록 스마트 산업단지, 스마트 팩토리(공장)로 만드는 새로운 혁신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남지역이 조선 및 자동차 산업 제조업체 비중이 높고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좀더 목소리를 키운 것이다.

지난 11일 국제금융센터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재고율은 116.0%로, 이는 122.9%를 기록한 지난 199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10월 106.9%에서 11월 111.7%로 뛰더니 12월에는 4.3%포인트 더 올랐다.

재고율 상승은 경기가 꺾일 때 빚어지는 현상으로 팔리지 않은 물건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재고율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을 줄이고 이는 곧 생산이 둔화돼 경기는 더 위축되게 된다.

실제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서서히 하락세로 작년 1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7%로 2개월 연속 떨어지며 8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세부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자동차 제조업 출하가 한 달 전보다 7.1% 감소하고 재고가 6.5% 늘었다. 반도체 제조업 출하도 5.1% 줄고 재고는 3.8% 늘었다. 철강과 같은 1차 금속의 출하는 2.5% 감소, 재고는 3.2% 증가했다.

최근 제조업과 관련된 스마트 팩토리, 정보기술 융합, 글로벌 가치사슬, 리쇼어링 등은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우의를 쥐는데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수년 전부터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해 경쟁력 강화에 힘쓴 독일과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가 놓치고 있던 점이다.

‘리쇼어링’ 같은 경우도 세계 각국 정부의 가장 핫한 화두다.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으로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국가전략 차원에서 세계의 패권을 되찾는다는 ‘일자리 자석(employment magnet)’ 정책을 추진하며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면서 이후 일본도 ‘잃어버린 20년’ 이후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대기업 규제 완화와 공격적 통화·재정 정책을 펴면서 리쇼어링 효과를 보고 있다.

영국 캐머런 내각은 국내총 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15%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법인세인하와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했다. 프랑스도 농업과 저부가가치 제조업의 비중이 크고 ‘르노’ 등 특정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금속노조 "자동차산업 흥망 기로, 노사정 의견 하나로 모아야"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가 최근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100여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산업은 다시 한번 흥망성쇠의 기로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의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노사정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 출범식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 출범식

이 보고서에서는 최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대두 못지않게 ICT기술의 급격한 보급과 공유경제의 도입으로 카쉐어링의 확산 등에 의해 기존 완성차 판매 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기존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고,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나가기엔 자동차 산업 내부에 축적된 기술과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자율주행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이미 상당한 차이가 나고,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위기대응 전략을 제시했는데 개방혼(Open Marriage) 전략으로 국내외 다양한 업종의 기업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율주행(삼성), 전기차(LG), 커넥티드카(SK), 인포테인먼트(네이버) 등 미래형 자동차의 최상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협력을 통해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생산방식을 혁신해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적 생산방식을 시도해야 하고, 대규모 퇴직이 예상되는 베이비붐 세대에 내재된 숙련과 경험을 차세대에게 전달할 교육훈련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사가 협력해 새로운 생산방식과 작업조직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독일 금속노조를 모범적 사례로 제시하면서 정부나 기업에 기득권 보호나 '공정한 전환'을 요구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학습을 통한 산업정책과 실행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를 통해 중소기업 제조 강국 실현을 목표로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 공장 3만개 구축과 선도 스마트 산단 10개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3만개 스마트 공장은 중소기업의 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질 좋은 제조 일자리 확보를 통한 산업 재해 30% 감소와 함께 스마트공장 전문 인력 10만명 양성을 함께 추진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6만 6000개를 창출 및 매출 18조원 증가, 산재 감소,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확산 등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지자체와 연결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지원 모델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19일 낡고 오래된 도내 793개 중소·중견기업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개선하기 위해 올해 756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역시 지난 18일부터 경남테크노파크 경남제조혁신센터에서 올해 경남형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을 접수받고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이 글로벌 제조업 경쟁구조 변화에서 국내 제조업이 글로벌 제조업계에서 실질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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