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대책위…성명서에서 "제철소가 비정규직 죽인 것"

지난 20일 오후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 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 외주 노동자가 근로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또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충남 당진 경찰서는 지난 20일 오후 당진시 송악읍 소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정비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이모씨(50)가 사망한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사고 직후 사망한 이씨와 함께 컨베이어벨트 정비작업을 하던 동료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동료 1명은 작업현장 안전관리자로,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부품을 가지러 간 뒤 한참동안 돌아오지 않아 동료들과 함께 찾아 나섰고 옆 컨베이어벨트 밑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이씨가 발견된 컨베이어벨트는 정비작업 중이었던 컨베이어벨트와 5m가량 떨어져 있고 두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1.2m 높이의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은 이날 현장에 있던 다른 동료와 외주업체 대표 등 2명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은 현대제철로부터 작업 매뉴얼과 계약서 등을 확보해 분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관리 부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저녁에 사고가 발생한데다 사고 현장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현장을 목격한 사람도 없어 많은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인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고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외주업체가 앞으로 시공하게 될 작업에 대해서도 중지 명령을 내렸다. 

노동청에 따르면 작업 개시는 사업주가 해당 시설·설비 등에 대한 안전·보건 실태를 점검해 안전작업계획을 수립하고 근로감독관이 현장을 방문해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심의위원회에서 안전·보건 조치가 충분히 개선됐다고 인정될 때 가능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대제철 사고 개요는 초기 현장 조사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현재 감독관들이 현장에 나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슷한 사망 사고를 겪은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김용균 동지의 죽음과 너무도 닮았음에 몸서리친다"며 "김용균 동지를 죽인 발전소와 똑같은 제철소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07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36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한 악명 높은 죽음의 공장"이라며 "사고가 난 환승탑에서 2016년 11월 똑같은 사망사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또 다른 김용균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처벌하고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도록 함께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사측은 21일 외주업체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무엇보다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모든 임직원은 말할 수 없는 슬픔에 고개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에 깊은 위로를 드리며 관계 기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대책 마련 및 안전점검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2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에는 적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내용과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내용이 담겼으나 관련 법이 시행되려면 공포 후 1년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이번 현대제철 사망사고는 해당되지 않는다.

앞으로 있을 유사한 사고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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