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트럼프와 통화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경협사업에서 역할 떠맡겠다"
지난해 광복절 축사서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비핵화에 맞물릴 제재 완화 상응조처 카드 측면에서 남북 경협에 국한된 금강산·개성 사업과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는 뜻을 전하면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경협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담판 때 비핵화 상응조처로) 쓸 카드의 종류를 우리가 늘려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경협사업을 주요한 상응 조치 '카드'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역시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언론에 "상응 조치로 제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시 맞게 될 '밝은 미래'를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관련 한·미간, 그리고 북·미간 긍정적인 얘기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수단적 의미를 넘어서는 메리트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사업의 확장성'이다.

김 대변인은 발표문을 통해 "철도·도로 연결"을 적시한 이유는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이 다소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철도와 도로 연결은 한반도 공동 번영의 시작”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안병민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언론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라는 동북아시아 다자 협력 프로젝트의 비전이 있다. 비핵화에 맞물릴 제재 완화 상응조처 카드 측면에서 남북 경협에 국한된 금강산·개성 사업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은 동북아 교통 협력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간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 경협사업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이뤄질 제재완화의 '결과'로 여겨졌고,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이를 상응 조치로 직접 제시할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통화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다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껏 '제재 완화'에 대해 비핵화 이전까지는 안 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어왔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미 정상간 이 통화 내용이 공개되기 앞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하노이 선언'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로 철도·도로 등 남북 경협사업들이 구체적인 문구로 합의문에 들어갈지 다소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전략 노선으로 '경제 집중'을 채택했고 비핵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어 북미 정상 간 남북 경협사업과 관련해 상호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더라도 이를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담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하노이 선언'에는 제재 완화에 대한 원론적인 문구만 적시되고, 이를 토대로 추후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나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남북·한미 간의 협의가 본격화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