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관통, 이사장직 내려놓고 지배구조 개선 나서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에 이어 '행복론'으로 기업의 사회역할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에 이어 '행복론'으로 기업의 사회역할을 강조했다.

최태원(59) SK그룹 회장이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의 해법을 ‘구성원의 행복’으로 제시하고 본격적인 변화에 나선다.

먼저 SK(주)의 대표이사 회장만 맡고 3월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그동안 겸직하고 있던 최 회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에 따른 것.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좀 더 독립적으로 기업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최 회장이 일찍부터 말해왔던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확신의 결과인 듯하다.

최 회장이 3~4세대 오너 대기업 CEO와 구분되는 것은 ‘행동’이다.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을 통한 깊은 성찰 이후에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Social Progress Credit)'를 만들어 사회전반에 투영시킨 힘이 남다르다.

성숙된 의식의 방향성은 기업이 ‘이윤추구’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정당이 ‘권력창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을 통해 '나의 삶'과 또 정치를 통해 '국정운영' 등 그 위에 존재하는 더 큰 가치가 있는 것이다.

SK의 영문을 한글 자판으로 쳐보면 ‘나’가 된다.

모든 변화는 ‘나’의 깨어있음에서 시작되듯이 최 회장은 지난 6년간 SK를 베이스캠프로 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한국사회투자 등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통한 사회적 문제해결 역할을 도모하고 확산 시키는 데 노력했다.

그는 지난 1월, 최근 6년 만에 다시 찾은 다보스 포럼에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사회성과인센티브)를 4년간 190여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지원금(150억 원) 보다 더 많은 경제적ž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SK계열사에 기존 재무성과에 사회적 가치를 측정관리하게 하는 더블 보텀라인(DBL)을 도입, 사회적 가치 측정값을 핵심성과지표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이어 SK에너지가 소유한 주유소에 공유 인프라를 개방하고 SK텔레콤의 통화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해 이해관계자와 함께 부가가치를 키우는 것을 제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사회적 가치추구’을 처음 제시하고 6년 동안 찾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답이 현 정부의 ‘더불어서 함께 잘사는 사회’와 얼핏 비슷하다.

또 SK의 최고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보면 얼마나 사회적 문제에 집중하는 지 알 수 있다. 세계 14개 기업만 보유한 폐기물 매립제도 인증 등급을 획득한 것인데 이천, 청주캠퍼스가 2017년 기준으로 폐기물 재활용률 90%, 94%를 각각 달성해 기준치(재활용률 80~97%)를 충족해 실버등급을 획득했다.

세계가 환경오염에 대한 고민으로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고 자원 재활용에 노력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기업으로서의 적극적인 대안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가 올해 한층 강화된 사회적 가치의 극대화의 핵심을 ‘행복’이라고 밝혔다.

올 초 신년사에서 “SK가 건강한 공동체의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나갈 방법의 척도는 사회적 가치”라며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꾸기”를 천명했다.

특히 경영의 가치를 ‘구성원들의 행복’이라며 구성원의 개념도 SK나 SK 협력업체만이 아니라 고객과 주주,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켰다.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입지 조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기업합병 등 다양한 사업 전개의 밑바탕에 깔린 그의 ‘행복론’이 침체된 한국경제에서 봄바람을 일으킬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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