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약관 '자의적 해석'·금융당국 '방치', 보험소비자만 고통"
“삼성생명 등 생보사, 약관 제대로 이행·금융당국 강력행정조치 필요”

“명약관화(明若觀火)해요. ‘약관’에서 ‘준다’고 명시해 놨으니 그대로 주라는 겁니다. 그런데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는 약관대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버티면서 ‘받아가려면 소송해서 받아가라’ 이런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약관 미이행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는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뒷짐만 지고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 소비자들이 대형 보험사들을 상대로 직접 힘겨운 법정 싸움을 해야 합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사진)은 4일 종로구 소재 연맹 회의실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이같이 지적했다. 현재 금융소비자연맹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첫 공판은 내달 12일 열릴 예정이다.

조 회장은 삼성생명 등 생보사의 즉시연금 보험금 과소 지급 사태와 관련 생보사의 이같은 태도와 감독당국의 방치가 보험소비자 피해를 키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회장은 교보생명에서 보험업계의 첫발을 내딛었으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소비자정책포럼 위원, 금융감독원 표준약관개선 실무위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본지>는 삼성생명 등 생보사의 즉시 연금 사태와 관련해 조 회장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문답 내용이다.

먼저 생보사의 즉시연금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즉시연금보험은 고객이 일시에 목돈(납입 보험료)을 납입하고 기간 중 시중 금리를 적용한 이자(연금월액)만 받다가 10년이나 15년이 지난 후 최초 납입했던 보험료 원금을 보험금으로 모두 돌려받는 상품으로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있었다. 삼성생명이 최초로 이 즉시연금 상품을 설계했다.

공동 소송의 핵심 쟁점은

매우 심플하다. 이 상품의 약관이 핵심쟁점이다. 이 상품의 약관에서는 연금개시시점부터 연금적립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해 산출한 이자의 형태로 연금월액을 지급하며 만기 시 최초 납입한 납입 원금을 모두 돌려준다고 돼 있다. 소비자들은 약관대로 연금월액(이자)을 지급하라는 것이고 보험사들은 연금월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약관에는 연금월액에서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명시돼 있다고 주장하는데, 약관 규제법은 '중요한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고 고객에 설명하고 이를 서류로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 약관만큼의 효력 있나

아니다. 앞서 말한대로 만약 이 즉시연금 산출 방법이 효력을 가지려면 이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고 고객에 설명하고 이를 교부해야 한다. 명백히 약관에 따라 지급해야 했음이 마땅한데 그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 고객의 민원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즉시 연금과 관련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공제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최초 납입 보험료(목돈)에서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를 공제하고 순보험료를 산정한다. 보험사들은 이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적용해 매월 이자 성격의 연금월액을 지급한다. 이미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를 공제한 순보험료에서 연금월액을 산정했는데 보험사들은 또 다시 연금월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겠다고 한다. 쉽게 말해 ‘뺐는데 또 빼겠다’는 것이다.

만기환급형 즉시 연금 상품 구조(자료-금융감독원)
만기환급형 즉시 연금 상품 구조(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도 일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현재 금감원이 과소 지급 분 일괄지급을 권고했고 이 권고는 생보사에 대한 구속력이 없어 삼성생명의 경우 ‘지급 거부’까지 발표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대량으로 발생했고 감독당국이 강력하게 행정조치를 해줘야 하는데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당초 이 상품을 금융당국에 허가 받으면서 생보사가 제출한 사업방법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은 해당 생보사에 영업정지와 면허 취소 그리고 대표이사 해임 조치까지 행정 집행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약관 미 이행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는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뒷짐만 지고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 소비자들이 대형 보험사들을 상대로 직접 힘겨운 법정 싸움을 해야 한다. 이게 문제다. 금융당국이 유권해석 권한을 가지고 이를 판단해 지급 명령을 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약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방치하고 있으니 보험소비자만 고통 받고 있다.

생보사들이 법정 다툼으로 가면 유리한 이유는

금감원 결정대로 삼성생명이 소비자에 과소 지급액을 일괄지급을 하면 수천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 싸움으로 가면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받을 수 있다.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소멸 시효가 완성돼 받을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생보사에 크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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