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학원 'B크루', 채용날짜 정확하게 맞추는 등 수상했다" 의혹
논란된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이○○ 차장, 올해 초 퇴사…회사차원 꼬리자르기?

 

아시아나항공 현직면접관이 승무원 학원에서 진행하는 채용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현직면접관이 승무원 학원에서 진행하는 채용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기내식 대란과 직원 부당처우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는 인사팀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휘말리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현직면접관이 한 승무원 면접 학원에서 진행한 채용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현재 항공업계가 일제히 상반기 공채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면접 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의 실무면접관이 사설 학원 설명회에'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게시됐다.(사진-국민청원 캡처)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의 실무면접관이 사설 학원 설명회에'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게시됐다.(사진-국민청원 캡처)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아시아나항공 실무면접관이 사설 학원 설명회에’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승무원 면접 학원 ○○크루는 작년 채용설명회에서 개인당 3만원에, 이번 돌아오는 설명회에서는 5만원을 받고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문제는 여기에 초청되는 면접관이 아시아나항공 실무면접관이며 채용을 직접 담당하는 분이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청원자의 주장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실무면접관은 ‘ㅇ○○ 인사과 과장’으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름까지 유명하다고 한다.

청원자는 “이미 두 차례 진행됐던 채용설명회에서 ㅇ○○ 인사과 과장을 면접에서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며 세미나에서도 동일인이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또 ○○크루가 아시아나항공의 채용날짜까지 정확하게 짚은 것도 의혹을 품었다. 항공업계의 채용날짜는 본사가 사전예고 없이 공지하는 방식으로, 사전에 정확한 날짜를 알기란 쉽지 않다.

청원자는 “학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시아나 지인에게 받은 믿을만한 소식통’이라는 명목 하에 많은 수강생들을 모집했고 채용날짜까지 정확히 맞춰왔다”고 전했다.

○○크루는 SNS 상에서 유명한 'B크루’

청원에서 문제가 제기된 승무원 면접학원은, 본지의 취재 결과 ‘B크루’인 것으로 드러났다. B크루는 SNS을 통해 소수인원을 모집해 승무원 지망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작년 가을 정도 B크루가 채용날짜를 정확하게 맞춰 업계에서 놀란 적이 있었다”며 “그리고 5만원을 받고 현직면접관을 초청한다고 해, 처음에는 전직면접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무원 지망생들 사이에서 해당 면접관이 아시아나항공 공식 채용설명회에도 등장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직 면접관이 사설 학원이 진행하는 설명회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어서 그랬을까. 관계자에 따르면, B크루가 진행하고자 했던 설명회는 갑자기 취소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승무원 학원 업계에서는 친분 등을 이용해 인사팀 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정보를 캐는 것이 통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사실무근…이○○ 차장은 올해 초 퇴사”

논란이 된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직원은 누구일까. 청원자는 ‘ㅇ○○ 과장’이라고 주장했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 차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차장은 올해 초 퇴사한 상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수습 차원에서 급히 퇴사 처리를 한 것으로 풀이할 여지가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차장은 올해 초 회사를 퇴사했다”며 “퇴사 사유는 개인사정이며, 해당 논란과의 억측은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청원의 내용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B크루 관계자와도 면담을 가져봤지만 설명회에 초청한 사람은 외항사 전직면접관이라고 한다. 다만 설명회 현장을 사진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며 구두로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B크루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입장을 전한 상태다.

B크루는 지난 1일 “최근 채용관련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채용시즌을 예측한 것은 매년 3~4월, 9~10월에 항상 채용이 이루어져 예상하고 학생들에게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채를 비슷하게 맞춘 부분들 때문에 논란이 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 부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 또한 잘못이기에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세미나 멘토들은 이미 회사를 퇴사한 전직 면접관 출신”이라며 “문제가 될 만한 정보를 흘린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이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고자 B크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사철학. 아시아나항공은 '동등한 기회와 공정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아시아나항공 인사채용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나항공 인사철학. 아시아나항공은 '동등한 기회와 공정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아시아나항공 인사채용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나항공 인사철학 ‘공정한 보상 제공’?…인사팀 관리·감독 필요

아시아나항공은 인사 철학으로 ‘동등한 기회와 공정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편법과 반칙은 용인하지 않으며 모든 구성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직원은 회사 내부 정보를 누설하며, 승무원 지망생들의 공정한 기회를 빼앗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는 엄연히 회사 차원에서 고소·고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며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해서는 안된다. 현재 각종 블로그와 SNS 상에서 전직 승무원들이 개인 과외를 진행하며 '인사과 직원을 통해 알아낸 정보'라고 주장하며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부분도 제재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사철학에 따라 모든 지원자들에게 동등한 기회와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고 싶다면, 인사팀 내부적으로부터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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