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투자자 "협상안 거부·중재 신청"
교보생명 IPO도 불투명… 사면초가(四面楚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최근 교보생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는 신 회장 측의 협상안을 거절하고 소송의 전 단계인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신청을 한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당초 약속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최근 재무적투자자(FI)가 협상안을 거부하고 중재신청 절자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 회장이 최근 FI 측에 제시한 협상안을 놓고 큰 의견의 간극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FI 측에서 중재신청 절차를 밟게 되면 올 하반기 목표인 기업공개(IPO)는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보생명의 IPO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이후 신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지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FI와 벌이고 있는 협상도 난항이 예상돼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신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17일 개인 법률대리인을 통해 "고민 끝에 60년 민족기업 교보를 지키고 제2창사인 기업공개(IPO)의 성공을 위한 고육책으로 새 협상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최근 FI가 협상안을 거부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신 회장은 "IPO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로서 당면한 자본 확충 이슈가 회사 운명을 가를 수 있을 정도로 큰 위기라는 인식 때문에 교보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한 FI들과 협상을 벌여왔으며 지난 17일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 제3자 매각, 기업공개(IPO) 후 차익보전 등 3가지 타협안을 FI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FI는 신 회장이 제시한 협상안에 지분가치와 대금 납입 등 구체적 실현 방안이 부족하다고 판단, 18일 풋옵션 이행을 강제할 중재를 신청한다고 신 회장에게 통보했다.

신 회장은 "중재신청을 했어도 언제든 철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재신청이 철회되지 않더라도 별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고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FI가 소송의 전 단계인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할 경우,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진행 중인 IPO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 표현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중재 절차가 진행될 경우 불확실성을 사유로 상장심사를 거부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교보생명의 FI는 코세어(9.79%), 어피니티(9.05%), 캐나다 온타리오 교원연금(7.62%), 한국수출입은행(5.85%), SC PE(5.33%), IMM PE(5.23%), 베어링PEA(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이다.

신 회장은 2012년 우호적 지분 확보 목적으로 이들 FI를 끌어들였다. 이들 FI는 대우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인 3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넘길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약속한 3년이 이미 지났고 FI들이 투자한 지 6년이 지나면서 FI는 투자 원리금 상환 압박에 자금 회수를 위한 조처로 지난해 10월 신 회장에게 지분 24%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12월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IPO를 추진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교보생명은 4~5월께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6~7월께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FI는 실제 상장이 이뤄지더라도 풋옵션 행사 가격 이상의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 교보생명 측과 풋옵션 행사 가격에 대한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협의점을 찾지 못해 중재신청까지 하고 나섰다.

현재 FI와의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FI가 통보 한대로 조정 절차에 들어가면 교보생명의 IPO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만큼 신 회장이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신 회장이 가진 교보생명 지분율은 33.8%(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36.91%)다. FI와의 협상에 성공하고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IPO가 성공하더라도 신 회장의 지분율 희석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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