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북미관계 해결 조언...“금강산 관광·개성공단, 페이스조절 안되면 韓美 불협화음 촉발할 수도”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21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관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니라 내문제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21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관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니라 내문제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제공)

지난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가 현실 정치판의 매서움을 맛보고 사퇴했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21일 인천경영포럼 창립 20주년 행사에 400회 강연자로 나섰다.

반 전 총장은 최근 청와대가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외교와 안보, 인권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 설파에 적극 나서게 됐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외교와 안보, 여야 가리지 않고 초당적이어야 한다”며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된 북미관계에서 “문재인 대통령 역할을 두고 중재자냐 촉진자냐 하는데 이건 내 문제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 다르고 (문재인)대통령과 생각이 다 다를 수 있으나 북한이 핵 폐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다”며 “남·북·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관영 미디어를 통해 남한을 상대로 ‘완전한 비핵화를 혼동하지 말아라,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방송을 하기 시작했고 이런 부분이 미국과 북한 간 협상하는데 걸림돌이 돼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중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강연 중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그는 “1991년부터 북핵 협상 당사자로 나서 일을 해온 경험상 그동안의 북한 패턴을 볼 때 당장 핵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북한은 항상 위기가 있을 때 문을 열었다가 그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면 다시 문을 닫는 방식의 협상을 벌여 왔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과 관련해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은 약간의 페이스를 두면서 조절해 나가는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북 간 교역을 해야 하지만 시기에 맞지 않게 할 경우 잘못하면 한미 간 불협화음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힘든 압박 형태에 대해서도 우려하며 “한미동맹이 그냥 쉽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안보리 체제 내에서 문제 해결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며 “안보리 제재 체제를 유지하는 게 북한에게 세상 물정을 제대로 파악하게 하는 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정부의 북한과의 정책에 대해서도 “진보도 보수도 다 성공하지 못했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여·야와 진보·보수 등을 떠나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현 정부와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 정세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나아지고 있는 만큼 범국민적으로 지지해 주자”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경영포럼은 지난 1999년 3월 18일 첫 강연을 시작해 매월 둘째·넷째 주 목요일 강연회를 진행, 창립 20년 만에 400회 강연을 맞게 됐다.

창립된 배경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공부하는 경제단체'라는 목표로 시작됐다.

역사적인 첫 강연은 송자 명지대학교 총장이 'IMF 극복을 위한 기업인의 역할'을 주제로 삼았고 이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 인천경영포럼 조찬강연회 강단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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