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깐깐해진 회계감사…'꼼수'쓰기 어려워 졌다
상장기업, 깐깐해진 회계감사…'꼼수'쓰기 어려워 졌다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03.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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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외감법서 감사보고서 지연 제출 40건· 미제출 58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영향 처벌 강화 ‘새 외감법’ 시행

올해 상장사들의 회계감사가 더욱 엄격해진다. 감사인의 회계감사 책임을 더욱 무겁게 하는 새 외부감사법이 당장 지난해 기준 감사보고서부터 적용돼 외부감사가 더욱 깐깐해 진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 외감법 하에서 기업들이 '꼼수'를 부리기 어려워 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감사보고서 지연 제출 건은 40건이며 22일 기준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이 넘기고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총 58곳에 달했다.

올해 감사보고서 지연 제출 및 미 제출 건수가 이처럼 급증한 데에는 2018회계연도 감사보고서부터 개정된 외부감사법이 적용되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을 배경으로 탄생한 새 외감법은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 책임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드러나자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새 외감법을 만들었다.

새 외감법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지정감사인이 과거의 재무제표를 검토하다 과거 감사의 오류를 발견하면 회계법인은 경중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른 부담감으로 올해 감사가 더욱 엄격해 진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형법인의 한 회계사는 "과거에는 자료가 조금 미비해도 어느 정도 확인이 되면 절차를 밟아 감사를 마무리했는데 올해는 자료가 충분치 않으면 바로 감사보고서 지연 제출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법인 내부검토기구인 심리실이 신중한 검토에 나서면서 감사보고서 제출에 시간이 한층 더 소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회계법인 회계사는 "당국이 '재무제표 대리작성 금지'를 강조하면서 검토 중 아주 작은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피감기업에 통보하고 스스로 수정하도록 하면서 수차례 검토와 재수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금융상품 인식에 대한 회계기준서(K-IFRS 1109호) 도입으로 기업이 기준 적용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감사보고서 지연에 영향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형회계법인의 고위 관계자는 "외감법 개정 내용이 2018회계연도 감사보고서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충분하게 감사절차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외감법 적용으로 재무제표의 정확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부에서는 나온다.

감사 실무를 담당하는 한 회계사는 "감사업무는 합리적인 선에서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지금 업계 분위기는 무조건 모든 항목을 보수적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비효율적인 측면도 크고 피감기업과의 갈등 상황도 늘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새 외감법이 감사인의 신중한 감사를 유도하며 업계가 업무 환경 변화에 익숙해 지면 자연 지연 제출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 감사제 도입으로 다른 감사인이 이전 재무제표를 면밀히 살핀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되면서 감사가 더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며 "기업과 감사인의 관계와 업무수행 변화에 익숙해지면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인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자료 제출을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등의 부당행위는 근절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보고서는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가 공정하게 작성되었는지 살펴본 뒤 이에 대한 의견을 담아 회사에 제출하는 것으로, 정기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감사인은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이나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같은 비적정 의견을 낼 수 있다. 한정 의견은 감사인이 감사를 벌이면서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감사 범위가 제한될 때 제시하는 의견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새 외감법 적용으로 회계감사가 더욱 엄격하게 진행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음을 고려, 감사의견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에 재감사를 요구하지 않고 다음년도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해 감사는 금융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이 감사하도록 의무화한다.

현재 상장사가 감사의견 비적정(의견거절, 부적정, 범위제한 한정)을 받으면 기업은 실질심사 없이 상장폐지가 결정되며 즉시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재감사가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새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감사인의 책임이 강화된 만큼 감사의견 변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금융당국은 새 규정을 당장 올해 3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회사의 재감사 부담을 대폭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비적정 의견을 받은 상장회사에 재감사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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