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고액 주주 찾아가 위임장 받아오라했다” 주장 제기
대한항공, 위임장 서명 강요한 혐의로 검찰 고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 사태' 등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사임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꼼수를 부린 정황이 적발됐다. 사진은 최근 퇴진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아시아나항공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꼼수’를 부린 정황이 적발됐다. 며칠 전 대한항공이 주총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주주들을 찾아가 위임장 서명을 강요한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아시아나도 동일한 꼼수를 부린 것이다. 

지난 27일 직원들이 사용하는 블라인드에 “왜 죄도 없는 우리가? 주주들 찾아다니며 욕받이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아시아나항공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댓글들
아시아나항공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댓글들

해당 글에 따르면 “오늘 갑자기 DIP(HR부문) 산하 직원들 대다수 동원해서 고객 개인 주주들 찾아가 위임장 받아오라고 시켜서 가라 길래 내용도 모른 채 끌려 나갔다”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욕먹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못은 누가 해놓고 우리가 투입돼 듣도 보도 못한 욕먹고 진짜 기분 더러운 하루였다”며 “그냥 뭐가 안 되니까 직원들 전부 몸빵하라는 80~90년대 발상은 언제 고칠 건가요?”라고 말했다. 

글을 통해 정황을 살펴보면 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직원들을 동원해 고액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받아오도록 했다. 주주들이 직접 의결권을 위임하기도 전, 주주들을 방문해 강제로 위임을 하도록 이끈 셈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 사태 등으로 논란을 겪자 주주들의 움직임을 막으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에 해당 글에는 “대한항공도 이런 짓해서 뉴스난거 아니에요?”, “작년 기내식 사태 때도 현장 직원들 몸빵…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논란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섀도보팅이 2018년 폐지되면서 서면과 전자투표로 진행되는 의결권 행사를 권유하기 위해 작년부터 직원들을 동원해 실시하고 있다”며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과 관련해 의결 정족수 미달이 우려돼 직원을 대리인으로 해서 찬반 관계없이 의결권 행사를 하겠다고 권유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섀도보팅이란 기업의 주주총회 의결정족수가 부족할 때 예탁결제원이 주주들이 맡긴 주권에 대한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수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지난 2017년 12월 폐지됐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박삼구 회장은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권 행사로 대한항공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데 이어 양대 항공 수장이 모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9일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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