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사태, 일시키는 중간관리감독자의 자격제한만 있어서도 막을 수 있었다”

현대건설 이광희 안전팀장
현대건설 이광희 안전팀장

“건설 현장은 전쟁터입니다. 해외 및 국내 현장에서 공사를 염두에 두고 위계질서와 기강, 조직관리를 군대식으로 펼쳐나갑니다. 공사가 잘되게 하기 위한 안전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 지를 매순간 생각합니다.”

올 해로 28년째 현대건설 현장을 누비고 있는 이광희 안전팀장.

10년 가까이 해외현장에 있다가 지금의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더테라스 현장으로 처음 온 것은 지난해 12월, 현대건설 본사와 미국과 영국 등을 오가며 선진 건설시스템을 익힌 안전관리 베테랑이다.

“해외 건설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기본자세에서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공사와 안전을 같이 챙길 수 있는 건설문화를 만들어야합니다.”

이 팀장은 해외근무 시절 한국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건을 접하면서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신의 직업정신을 발휘돼 ‘왜 점검 및 관리가 부실했을까?’에 고민하다 종이로만 하는 점검 포인트를 동영상으로 찍고 근거를 남기는 방식을 도입해 그동안의 부실 점검에 대한 근본적인 기본자세부터 고쳐나갈 것을 그 당시 정부 및 기관에 요청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지금의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본에서 그대로 베께 온 것입니다. 그 일본 역시 영국시스템을 가져온 것이라 실제 우리 현장 현실과는 많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 씨 같은 사건도 제대로 시스템을 갖췄으며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이 팀장은 지난 2003년 건설기술사자격증을 취득했고 영국 주관 해외안전전문가 자격증 NEBOSH도 2012년 취득한 건설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파수꾼이다.

“관리감독자의 자격증 제도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합니다. 사고발생 시 자격증을 취소해버리면 됩니다. 전쟁터 같은 건설현장에서 반장이나 조장, 소사장(오야지), 팀장 등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 감독하는 직접적인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 팀장은 대한민국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대부분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관리감독자의 자격에 그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수준이 작업지시만 내리지 충분한 안전교육 및 안전작업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근로자들만 위험한 작업에 내몰고 있다고 것이다.

“해외의 공사현장은 관리감독자의 자격이 명확합니다. 공사와 안전을 같이 생각하는 이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중간관리자급인 반장이나 조장, 소사장(오야지), 팀장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안전과 공사를 함께 생각할 수 있게 전문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시험을 쳐서 자격증을 부여하게 하고 사고발생 시 책임을 물어 이들의 자격증을 취소해 건설전반에 공사와 안전이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이렇게 제도화될 때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귀한 생명을 서로 지켜줄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해외시스템인 PTW 사전작업허가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협력업체에서 미리 공사작업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할 때 작업내용과 위험성, 대처방안 등 3단계를 사전에 충분히 인식시키고 다시 중간(관리)관리자의 검토 후 승인을 거친 뒤 안전팀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 안전한 공사작업이 될 수 있게 했다.

이 팀장이 있는 송도 더테라스 신축공사현장은 지난 2017년 8월 1일 착공해 2020년 9월 30일 준공을 앞두고 현재 30% 공정이 진행 중이다. 지하 4층 지상 49층의 오피스텔 2,784세대, 건설비가 6500억원 규모다. 하루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 수가 1100명 정도이다. 1100명 중 외국인 비율이 43%, 473명이 중국인(80%)과 베트남(20%) 근로자다. 현재 지하와 상부건물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섬세한 공정이 진행되면서 이후에는 작업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고 한다.

“제가 잠시 파견 나왔다가 안전팀장으로 눌러앉게 된 것인데요. 제일 먼저 한 일이 ‘멋진 현장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작업장에서 2가지 목표를 정해서 제시했는데요. 첫 번째가 전 직원의 잔소리꾼화이고 두 번째가 전 직원의 쓰레기 줍기 솔선수범입니다.”

안전책임자가 처음 제시한 것치고는 너무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속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먼저 전 직원을 ‘잔소리꾼화’ 한다는 것이 자기 일만 챙기는 관행에서 서로가 서로를 챙기자는 뜻이 숨어있다. 튀어 나와 있는 못과 불안한 철 구조물에 대해 자기 일만 신경쓰다보면 그냥 지나치지만 잔소리꾼이 되어 이것저것 말하다보면 관심과 책임이 스스로에게 생기게 되고 이는 또 감시하는 눈이 많아져 안전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커지는 효과가 있다.

또 쓰레기 줍기 등도 청소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근로자 스스로 자기 주변을 챙기게 되니 사람이 지나다니는 동선에서부터 하나씩 파급효과가 컸다.

“저희는 매주 1회 안전과 품질 정보를 공유하고 월 1회 시험을 봅니다. 안전에 대한 이론을 충분히 제공하고 안전점검에 대한 점수치를 데이터베이스 처리해서 연말 인사고과에 반영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을 지키는 기본이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 팀장의 건설에 대한, 그리고 안전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는다. 지난 2013년도에 해외 건설사 중에도 보기 드문 기록인 ‘무재해 3530만 시간’ 기적을 만들었던 그다. 현대건설 내 별명이 ‘리틀 정주영’이라는 사실이 그 모든 것을 담는다.

최근 미세먼지 등 악조건 속에서도 현장근로자들의 땀방울에 대한 가장 값진 보상은 ‘안전’임을 그는 사명감으로 여기고 다시 전쟁터인 현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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