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압박에 벼랑끝 전술 혹은 자충수?
일각 "아시아나항공 산더미 부채에 도피성 사퇴" 의혹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사진)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한 사장 등 3명의 경영진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안에 해결해야할 채무가 1조7000억원대에 달하며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9801억원, 8821억원의 부채가 기다리고 있고 2022년 이후에는 2조5087억원대의 채무부담이 버티고 있다.  

올해 안에 1조7000억원대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위기에 빠져있는 아시아나항공의 한창수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이사 등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전언까지 나와 일각에서는 '대표이사의 사퇴가 자구책이 될 수 있나'하는 의문과 함께 '총체적 난관에 빠져있는 아시아나항공에서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탈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4일 한겨레가 항공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 단독 보도한 바에 의하면 한 사장과 김이배 경영관리본부장, 김호균 재무담당 상무가 3일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현재 사직서 수리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며 전혀 아는 바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지난 1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노선 체계 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히며 당시 사퇴를 암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이사 사퇴까지 불사하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채권단에 보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자구책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 사퇴가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절벽 끝에 서 있다며 이것저것 재지말고 오로지 생존을 위한 선택만 하라'는 격앙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속해 있는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채권단에서 먼저 구체적인 자구안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자구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고 구체적으로 확답하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자구안이 적절하지 않다면 거절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이 가장 먼저 구명 보트를 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재무 상황이 매우 열악해서다.

한화투자증권이 아시아나항공 총차입금과 운용리스를 합산한 결과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에만 1조7403억원의 채무를 해결해야 한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9801억원, 8821억원의 부채가 기다리고 있고 2022년 이후에는 2조5087억원대의 채무부담이 버티고 있다. 

그야말로 총제적 난국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은 데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해도 부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언론에 "아시아나항공은 리스한 비행기를 운영하면서 돈을 버는 회사인데 리스한 비행기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매각할 자산이 많은 회사가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매각이 자구책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상장사인 에어부산이 가장 적합한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빠른 유동화가 가능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 44.17%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또다른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서울이나 아시아나IDT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에 '자회사 정리가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책이 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관계자는 "확정된 바 없다"며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당장 올해 안에 1조7000억원대의 채무를 정리해야 하는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한창수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이 사퇴를 한다 하더라도 열악한 재무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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