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은 허구…미국 백인 민중사
낸시 아이젠버그 지음, 강혜정 옮김/살림·3만8000원

저자 낸시 아이젠버그는 이 책을 통해 '지금도 여전한 백인 하층민 삶'을 고발하고 있다.(사진-클린넷)
저자 낸시 아이젠버그는 이 책을 통해 '지금도 여전한 백인 하층민 삶'을 고발하고 있다.(사진-클린넷)

12일 미국 역사학자 낸시 아이젠버그의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는 문자 그대로 ‘백인 쓰레기’(책의 원제, White Trash)에 주목해, 미국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의 땅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위선과 ‘계급 없는 나라’라는 신화의 허구성을 치밀하게 폭로하는 책을 발간했다.

미국에서 ‘백인 쓰레기’는 무례·무지·무능하고 신분 상승의 의지가 없이 반골 기질이 넘치는 골칫덩이 백인 빈곤층을 가리킨다. 앞서 하워드 진이 <미국민중사>(1980)에서 백인 엘리트 집단이 아닌 보통 사람과 사회적 소수자를 역사의 주체로 세웠다면, 아이젠버그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 멸시받고 착취당하고 버려져온 백인 하층민의 연원과 시대별 양태에 주목해 미국판 ‘백인 카스트’의 실체를 드러낸다.

백인 쓰레기의 역사는 미국이 독립하기 훨씬 전, 영국 식민지 시절인 1500년대부터 시작됐다. 영국은 황량한 신대륙 식민지를 자국의 범죄자·부랑자 등 사회에 위험한 낙오자들의 유폐지로 여겼다. 본토의 계급 차별이 식민지에 그대로 이식됐다. 철저히 소모품 취급을 받으며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장기판의 졸이자, 미국 역사의 맨처음부터 존재해왔음에도 늘 은폐되고 부인돼야 할 국외자들이다. 미국의 주류 지배 집단은 백인 쓰레기들을 추방, 처형, 심지어는 다윈의 ‘적자생존’을 차용한 사회진화론과 우생학 논리에 따라 단종시켜야 할 폐기물로 취급했다.

‘백인 쓰레기’는 식민지 이주 초기 뿐 아니라 신생국 독립, 남북전쟁, 국가 재건, 대공황, 경제 부흥기, 그리고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재생산된다.

지은이는 “‘싫든 좋든, 그들은 우리이며 항상 우리 역사의 본질적인 일부”였으며 “21세기에도 백인 쓰레기는 가망 없는 망나니라는 오랜 고정관념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짚는다. 금수저이자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 바로 이들이란 사실은 얼핏 역설 같지만, 이 책을 보고 난 뒤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갈수록 능력주의 신화로 족벌세습의 진실을 가리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우화로 읽히는 까닭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들의 뒤편에 ‘사회 통합’을 주장하는 정치가, 이를 활용해 돈벌이에 나선 대중문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등 여러 정치가들이 이들을 적극 활용했다는 내용도 이 책을 통해 전달했다.

한편 저자는 미국에서 금기시하는 계급 문제를 다루고자 경제, 정치, 문화, 과학 등 광범위한 자료를 동원한다. 미국사를 비틀어낸 역사서라서 미국사에 관한 배경지식 없이 책을 읽어 나가기가 버거울 정도다. 게다가 저자 특유의 비하하는 부분도 있어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 책을 통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볼만 하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