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예계 마약, 이부진 프로포폴...정부 컨트롤타워 시급하다
[칼럼] 연예계 마약, 이부진 프로포폴...정부 컨트롤타워 시급하다
  • 일요경제
  • 승인 2019.04.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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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미 ‘마약 공화국’
마약판매상 ‘표적’ 각계 확산…정부의 면피용 행보 실효성 없어
한국마약범죄학회 전경수 회장(가평중앙교육원장)
한국마약범죄학회 전경수 회장(가평중앙교육원장)

“마약 중독은 약이나 수술, 상담으로 고치는 것이 아니다.”
“중독자 본인의 의지로도 안 된다.”
“중독된 자식이 섬뜩한 눈으로 쳐다보면 몸서리치게 무섭다지만 가족이니까 신고하지 못한다.”
“치료·구금시설에서 퇴원·퇴소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설로 돌아온다.” “퇴원 후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이같은 말들은 중독자와 그 가족의 공통적인 말이다.

필로폰 등 마약중독의 확산에는 유통구조뿐 아니라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 역시 큰 문제다. 관련 정부 부처들은 민간기구에 의존하는 정책으로, 소극적 국고지원에 그치는 등 면피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염산·중조·클로로포름·아세톤·활성탄 등으로 제조된 필로폰을 투약하면 간이 손상돼 무기력하며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 완전히 망가진다. 손상된 뇌는 현대의학에서도 완치 가능한 처방전이 없다. 한 번 중독되면 끊을 수 없게 돼 마약 판매상의 주요 표적으로 전락한다. 일부 재력가, 유력 정치인과 그 가족, 재벌가 자손, 유명 연예인은 물론 최근에는 일반 가정주부, 청소년까지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유혹의 손짓은 ‘살 빼는 약’, ‘신경통약’이라거나 ‘우울증 등 스트레스에 좋다’는 감언이설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도시와 농촌 등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딱 한 번’이라도 중독되면 폐인이 되어 파탄에 이르며 가정파탄과 정신적·육체적 고통,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 판매상으로부터 보복의 공포를 가진 채 영육은 송두리째 지옥의 나락으로 빠지고 만다.

과거 1970년대 초 부산 초량 수정동 뒷골목 전봇대에 ‘필로폰을 판다’는 전단지가 ‘외지름(석유) 판다’는 문구로 표현돼 나붙곤 했던 시절이 있다. 그 후 대구, 대전, 서울까지 북상해 전국 도처에 확산되고 말았다. 거의 반세기에 걸쳐 마약이 확산하면서 수많은 사고 역시 잇달았다. 지난 2003년부터 그동안 수 천 억 원대의 북한산 필로폰이 밀반입돼 관련 사범이 검거되고 있다.

큼직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가려져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동안 마약중독자는 알게 모르게 늘어나고 있다. 치료감호소나 전문병원 등에서 퇴소·퇴원 후 중독 증상이 재발해 재범에 이르는 사례 역시 빈번한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교정시설에 30만 명 이상 필로폰 악성 중독자가 반복해서 수감되고 있다. 집행유예 혹은 형기 만료 이후 재발·재범·재중독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전무하고 마약 중독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위에 직결되는 필로폰 등 마약이 어느 국가에서 생산돼 어떤 경로를 통해 국내에 반입되는지, 어떤 유통구조를 통해 밀매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지 정부가 나서서 규명해야 한다.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필로폰은 전체 마약류 중에 무려 90%에 달한다고 한다. 필로폰 중독자의 90%는 이미 치료가 불가한 경우다. 해외에서 국내로 반입, 중간 도매업자에게 전달되면 약 3000여 명의 하부 판매조직원을 통해 거래된다. 이들 조직원은 가까운 지인들을 포섭해 마약을 유통한다. 프로포폴·아티반·졸피뎀 등 수면 마취제는 일부 의료인들을 통해 중독되는 사례가 잦다.

필자는 이런 판매자들에게 유혹당한 중독자를 돕기 위해 23년간 마약범죄학을 연구해왔다. 그동안 마약류 투약 범죄 대체의료 교정주의 교정 이론을 강조해왔다. 교정·치료시설에서 퇴원한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마약류 등 중독증 제거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가평중앙교육원’을 설립했다. 그동안 원생들과 동고동락하며 10년간 360명에게 무료 재활을 돕고, 중독의 경로와 과정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마약류 중독의 무서움을 고려할 때 중독자들에게는 재발·재범·재중독 방지 치료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최근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하일), 재벌가 3세는 물론 신라호텔 사장 이부진씨가 프로포폴 사건에 연루돼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판에 앞서 중독의 원인을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들이 왜, 어떤 과정과 경로로 중독됐는지, 이를 통해 어떤 세력들이 폭리를 얻었는지 정부는 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법원은 실질적으로 재발·재범·재중독을 방지할 수 있는 교육시설 혹은 전문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판결문에 명시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석방을 취소한다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

필로폰 등 마약 판매상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이다. 특히 식약처는 책임감도 없는 마약운동본부에만 국고 지원하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치료도 안 되는 21개 정신병원을 지정해놓고 면피용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고 표창과 훈포장을 하며 자축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는 부지불식간에 국제마약조직의 표적이 됐다. 정부 역시 심각성을 깨닫고 여기 저기 분산된 마약퇴치정책 수립, 집행기관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

컨트롤타워는 첫째, 외국에서 반입되는 필로폰 등 마약이 국내 반입을 차단하는 방어태세를 갖추고 둘째, 국내 유통구조를 밝혀 차단해야 한다.

셋째, 이미 중독된 국민에 대한 재발·재범·재중독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네 번째로 중독되지 않은 국민의 접근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예방기구 설립 등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추진중인 ‘마약류 등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방지를 위한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조속히 입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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