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7월 17일 임정 파리위원부가 작성…조소앙·이관용 친필서명 담겨
스웨덴서 한인유학생이 발굴한 만국사회당대회 참가희망 요청서 33년 만에 공개
16일(한국시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19년 루체른 만국사회당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독립운동가 조소앙·이관용 선생의 친필 서명을 담아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국제적 관심을 촉구한 서한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자료는 1980년대 후반 독일에 유학했던 정용대 박사(62)가 당시 스웨덴의 한 노동사 자료실에서 발견해 사본을 간직해왔다.
국내 학계에 그동안 소개되지 않은 이 서한은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대표 김규식)가 1919년 7월 17일자로 스위스 루체른 만국사회당 대회(국제사회주의대회) 조직위원회에 보낸 1장짜리 요청서로, 프란스어로 쓰였다.
식민통치의 현실과 이 대회에 임시정부가 참가를 희망하는 이유가 소상히 담겨있어 일제의 탄압과 착취 속에 한국의 노동자들과 임시정부가 국제사회주의자들과 연대해 독립을 쟁취하려는 열망을 잘 드러내는 사료로 평가된다.
정 박사가 제공한 서한의 사본에 따르면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는 "1905년부터 일본의 압제를 당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불운한 운명에 대해 여러분들은 잘 알지 못하실 것"이라면서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과 일본 정부의 (가혹한) 방식은 유럽인들이 아는 바를 초월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선 모든 자유로운 사상의 표현이 심한 탄압을 받고 있어 노동운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인은) 권리를 지켜낼 수단을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일본은 어떤 보상도 없이 노역을 강요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일본 경찰은 한국에서 절대적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나라의 모든 부(富)를 수탈해가는 일본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지켜주고 있다. 세계에서 한국의 노동자들보다 더 비참한 상황은 없다"고 했다.
타자기로 작성된 이 공식 서한의 맨 아랫부분에는 독립운동가 조소앙·이관용 선생의 친필 서명이 담겼다.
조소앙은 한자로 자신의 본명 '조용은'과 영문 이니셜 서명을 함께 적었고, 이관용은 'K. Lee'라고 사인했다. 서한 맨 위에는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와 파리 시내의 주소도 함께 적혀 있다.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는 이런 노력 끝에 1919년 8월 1∼9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만국사회당 대회에 조소앙과 이관용을 파견해 25개국의 사회당 계열 참가자들을 상대로 호소한 끝에 마지막 날 한국 독립 결의문을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공개한 독립운동가 조소앙·이관용 선생의 친필 서명 자료가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독립운동가의 심정이 다시 재조명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