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서에 부모 재산, 직업 등 기재토록 해
관련 규제 법 조항 국회 통과했지만 처벌은 '물렁'

여의도 소재 현대차증권 본사.
여의도 소재 현대차증권 본사

최근 현대차증권 등 증권사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입사 지원서에 직무와는 무관한 부모의 학력과 재산, 심지어 직업과 직무를 기재토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금융권의 부정 채용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국회도 이를 의식, 채용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 3월 통과시켰다.

관련 조항은 16일 신설되며 오는 7월 17일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다수의 증권사들은 이런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사지원서에 직무와 무관한 부모에 관한 정보를 기재토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직원 채용 전형을 진행 중인 대신증권과 현대차증권 그리고 유진투자증권의 입사지원서에는 부모의 직업 등을 기재하는 란이 있는 입사지원서로 채용절차를 진행했다.

해외대학 출신 인턴사원 전형을 진행했던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가족의 출생년도에 최종학력과 근무처와 직위까지 묻고 있다.

지난 8일 입사 지원서 접수가 마감된 현대차증권의 경우는 계약직 직원 채용에서 가족의 직업과 근무처는 물론 직급도 요구했다.

대신증권의 입사지원서에는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가족의 직업과 직장명을 묻는 칸이 있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에 '입사지원서에 부모의 신상을 묻는 것이 증권사의 영업 목적인가'라고 물었더니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이어 "다른 증권사의 경우는 잘 모르지만 본사의 입사 원서에 부모 신상을 기재하는 것은 선택사항으로 채용시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채용 차별에 대한 의혹을 쉽게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그는 "관련 법이 통과된 이후의 공고에서는 관련 기재란을 삭제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에게도 '입사지원서에 기재한 부모의 신상이 증권사의 영업 목적으로 검토 대상인가'라고 물었더니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입사원서로 채용을 진행한 것"이라며 "이 기재란은 선택사항이며 채용시 참고사항일 뿐 지원자의 당락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법안이 통과된 이후인 4월 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채용에서도 부모의 신상을 적도록 했다는 지적에 그는 "채용 시작 전 일정이 촉박해 전산에 법안 관련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이후 진행되는 채용에서는 관련 기재란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도 채용 비리와 차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채용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입법화했다.

이 법안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지난 3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31인 중 212명이 찬성하고 18명이 기권해 통과됐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일하게 이 법에 반대했다.

16일 신설돼 7월 17일 시행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제4조의3항은 구직자에 대해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부모의 직업, 재산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관련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관련 조항을 위반할 경우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처벌이 너무 "'뜨뜨미지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친 기업적 성향이 강해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의 법사위 통과 자체가 어려웠다"며 "이 과정에서 법안이 다소 퇴색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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