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서 LG화학 등 6곳 235개 사업장서 조작
정부, 배출업체와측정업체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
환경부 등 정부 당국도 감시 책임 피하기는 어려울 듯

여수산업단지. 정부 당국은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LG화학·한화케미칼 등 대기업과 사업장 235곳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했다고 17일 발표했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여수산업단지 사업장 235곳에서 대기오염 물질 측정 대행 업체와 짬짜미를 통해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한 증거가 나와 국민적 지탄이 예상된다.

영산강유역환경청(청장 최종원·영산강환경청)과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LG화학·한화케미칼 등 대기업과 사업장 235곳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영산강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 전남 지역의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들을 조사해 왔다. 

조사 결과 여수산업단지 지역 대기오염 물질 측청대행업체 4곳이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다.

이들과 공모한 배출사업장은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을 포함한 235곳이다.

측정업체와 배출업체가 배출량 조작을 위해 카카오톡 메신저로 나눈 대화 내용이 드러나 국민적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이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배출업체 직원은 측정대행업체 직원과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언더로 다 맞춰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배출업체 직원은 "죄송하다"며 특정 기간의 수치도 조작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영산강환경청은 지난 15일 4곳의 측정업체와 6곳의 배출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혐의가 있는 다른 업체들도 보강 수사를 끝마치는대로 추가 송치할 예정이다.

영산강환경청에 따르면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235곳의 사업장으로부터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을 의뢰받았다. 이 과정에서 배출업체는 측정업체와 짜고 기록부를 조작하거나 측정 결과를 허위로 발급했다.

측정대행업체의 대기측정 기록부를 보면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은 실제 측정 조차 하지 않고 허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4253건은 실제 측정값을 배출 농도의 33.6% 수준으로 축소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심지어 측정업체 직원이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해 기재한 사실도 드러났다.

배출업체들은 짬짜미를 통해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을 법적 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 부과금도 면제받을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사과했다.

LG화학은 환경부 발표 직후 신학철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고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 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 및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주민과 관계자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건강 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이번 사건이 당사 사업장에서도 발생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다만 적시된 공모 부분에 대해 담당자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공모에 대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앞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번 광주·전남 지역의 적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본다"며 "올해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 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 결과와 전국 일제 점검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측정대행업체와 배출사업장에 대한 관리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이후 불법행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한편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배출을 감독하는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됐다하더라도 환경부가 대기 정책을 총괄하는 만큼 해당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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