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김 전 부장 150억 원 사기 사건 예고된 범죄-유사한 방식으로 발생할 가능성 높아
법원 모든 잘못 시발점 김 전 부장에게만 배상 책임 판단- 사건 일단락 돼

현대중공업은 현재 감사팀의 감사에도 불구하고 김 전 부장 150억 원 사기 사건을 빌미로 '악당들의 소굴'로 낙인되버렸다.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현재 감사팀의 감사에도 불구하고 김 전 부장 150억 원 사기 사건을 빌미로 '악당들의 소굴'로 낙인되버렸다.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지난 김 부장 150억원 사기 사건으로 감사팀을 구성하였으나 구멍 뚫린 준법감시라는 지적이 나왔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기업 감사팀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팀은 현재 법무팀이 가동되고 있으나 간부급 비리는 걸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굵직한 사기 사건 하나를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 전 회전기영업부 부장 김모씨(57)와 발주처 A사 대표 등을 상대로 149억5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김 씨에게 손해액 전부를 회사(현대중공업)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0년 5월 시작된 이 사건은 9년 만인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마무리됐다.

사건의 발단은 실적이었다. 법조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부장은 2010년 5월 아직 사업 인허가를 받지 않았던 한솔제지 장항공장 소각발전설비 공사를 수주한 후 매출실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하도급업체에 약 422억원의 자재대금을 선지급하고, 도급사로부터는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공사비를 받았다.

하지만 윗선 보고나 내부 결제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문제는 해당 계약이 파기되면서 발생했다. 해당 공사는 2011년 9월 관할 관청인 서천군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지 못한 채 좌초됐다. 어음은 휴지 조각이 됐고,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에 미리 지급했던 자재대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대중공업 측은 자재대금을 빨리 수금할 것을 압박했고, 설상가상 도급사는 자금 여력이 없고 은행대출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급기야 김 전 부장은 손실금액을 '0원'으로 만들기 위해 회사 몰래 총 430억원의 대출을 실행, 이중 280억5000만원은 자재대금이고 나머지 149억5000만원은 과입금된 것처럼 허위보고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도급사에 149억5000만원을 반환하고도, 이 금액을 다시 은행에 갚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현대중공업 법무팀은 김 전 부장의 '간 큰 행동'을 포착,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부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배임)·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배임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총 5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별도로 김 전 부장과 도급사 및 이 회사 대표에게 반환한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모든 잘못의 시발점인 김 전 부장에게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예고된 범죄이며, 향후 유사한 방식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팀 감시시스템이 가동 중이지만 간부급의 경우 대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현대건설 한 직원이 법원에 예치한 회사 공탁금 64억원을 자신이 챙겨 경찰에 체포됐다. 해당 직원은 법무팀 소속 대리급 사원으로, 임직원의 비위 여부를 챙겨봐야 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이 직원은 3년간 공탁금을 횡령해 유흥비로 탕진한 것이다.

이는 법무팀을 강화하는 추세인 대기업마저도 '똑똑한 악마'의 부정한 짓을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은 법무팀이나 감사팀이란 조직을 구성해 내부 직원들의 비리 여부 등을 감찰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평소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 내부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내에 윤리경영팀이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 기능을 하는 상시 조직을 만들어 요직에 있는 임직원들의 비리 사항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전 부장의 사건 역시 업무 행동에 수상함을 포착해 법무감사팀에서 내부 적발된 사건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직원 개인의 비리를 회사차원에 감사팀에서 적발 뒤 고발하여 검찰에서 일단락된 사건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직원관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감사팀에서 내부 감사를 하다가 발견해 검찰에 넘겨 법원 판단을 받은 사건이다. 사전에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회사차원에서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만, 감사팀이 제 기능을 발휘해서 사전에 더 퍼지기 전에 걸러낸 것에 대해 의의를 두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한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도 내부 점검을 더 성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팀의 감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들을 빌미로 현대중공업은 '악당들의 소굴'로 낙인찍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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