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측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공정위 "직권으로 총수 지정할 수도"

조현아, 조현민, 조현태(왼쪽부터)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놓고 故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이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앞서 故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 그룹의 경영권을 장남인 조원태 회장이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4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한진그룹 내에서는 조 회장과 故 조 회장의 장녀 현아·현민씨 가운데 누구를 총수로 세울지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 회장을 대신할 새로운 총수(동일인)을 지정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요구했지만 현재 한진 측에서 "내부 조율이 되지 않았다"며 서류제출을 미루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애초 9일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15일로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한진이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이날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한진 측은 기존 동일인인 조양호 회장의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경영권 확보에 가장 중요한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 조 회장의 지분은 2.34%에 불과하다. 조현아(2.31%), 조현민(2.30%)씨 등에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다.

한진 측이 공정위 자료 제출을 늦추고 있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아·현민씨가 조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공정위에 관련 서류를 내지 못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가 직권으로 한진그룹의 동일인을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직권으로 삼성그룹의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롯데그룹의 동일인을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각각 변경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의 지정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고 지배력 등을 고려했을 때 그룹의 중심이 되는 사람을 보통 동일인으로 보며, 단순히 최대주주를 동일인으로 선정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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