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부회장 최측근의 부하 백 상무에 구속영장 청구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공용서버 등을 숨겼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지시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前 미래전략실) 사장(오른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끝이 점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면에 다가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의 직속 부하인 백모 상무에 대해 검찰은 8일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공용서버 등을 숨겼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지시를 받았다"는 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는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후신이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 사장은 사업지원티에프를 이끄는 수장이다.  

정 사장이 지휘하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가 조직적 증거인멸을 주도했다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으로부터 시작한 검찰의 수사는 이제 그룹 총수를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8일 삼성전자 보안선진화 TF 소속 서모 상무와 사업지원 TF 소속 백모 상무에 대해 증거인멸,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삼성바이오 보안 실무책임자(대리급)의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데 따른 것이다.

또 같은날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직원 안 모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안 씨로부터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공용서버 등을 숨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정리하자면, 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은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지시를 받아 공장 바닥을 뜯어내고 그곳에 증거를 묻은 뒤 덮었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 상무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를 이끄는 정 사장의 부하이며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1990년대 중후반 이 부회장과 함께 미국 하버드대에서 수학했다. 미래전략실 핵심인 인사지원팀장을 지낸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일 때 가장 자주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적으로 은폐된 증거들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연결지을 수 있는 증거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수사에서 검찰은 서버를 빼돌리거나 직원들의 휴대전화·컴퓨터 등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뜻하는 'JY', 박근혜 전 대통령을 뜻하는 'VIP' 같은 단어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을 확인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5년 당시 삼성에피스의 지배형태를 변경, 4조원대의 평가차익을 냈다.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덩달이 뛰었고 이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의 대주주였고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였다.

검찰은 분식회계로부터 시작한 이 일련의 과정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을 백 상무 등이 지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이 부회장의 턱밑까지 차오르고 있는 가운데, 빠르면 올해 6월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서 '경영권 승계의 현안이 없었다'고 판단하며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경영권 승계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이번 검찰의 수사를 통해 분식회계·경영권승계·증거인멸에 대한 추가 정황이 드러나면, 이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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