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355명, 삼성바이오·회계 법인 등에 84억원 청구

분식 회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소액투자자들이 뿔났다. 이들은 분식회계로 인해 주식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84억여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 모씨 등 355명은 지난달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안진회계법인, 금융감독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조미옥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이들은 소장에서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회계 처리를 하면서 분식 회계를 했고, 그에 따라 허위로 사업보고서 등을 작성·공시했다"면서 "이를 믿고 삼성바이오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났으니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4일 종가인 주당 33만4500원을 기준, 피해 규모는 120억원 상당이다.

이들은 "이 같은 분식 회계가 없었다면 주식을 아예 사지 않았거나 더 낮은 가격에 샀을 주식을 고가에 사들여 손해를 봤다"며 "피해 규모 120여억원 중 84억여원을 삼성바이오 등이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를 발표해 주가가 내려갔다며 "만약 삼성바이오의 주장대로 분식 회계를 한 게 아니라면 금감원 등의 과실로 손해가 난 것이니 역시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낸 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진행 중인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본격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는 당시 지배력의 변동이 생겼다는 이유로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지배형태를 변경, 4조원대의 평가차익을 냈다.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덩달이 뛰었고 이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의 대주주였고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였다.

검찰은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인멸을 정현호 사장이 지휘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직속 부하인 백 모(54) 상무 등이 지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는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 사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공장 마룻바닥 아래에 공용서버 등을 숨겼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의 지시를 받았다"는 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백 상무는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오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소속 백 상무 등의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11일 0시30분께 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한편 미국계 제약회사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와 합자해 삼성에피스를 설립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에 대해 94.6%, 바이오젠은 5.4%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바이오젠은 약정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콜옵션 행사를 통해 최대 49.9%까지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삼성 측은 삼성에피스의 주식시장 상장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져 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를 변경했다고 그간 주장해왔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도마에 오른 지난해 6월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이에 앞서 미국 현지에서는 삼성 측의 이같은 주장과는 아예 상반되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삼성바이오의 이같은 공시가 있기 1달 전인 지난해 5월 미국의 바이오센츄리(미국 바이오 의약 전문지)는 바이오젠 고위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지만 삼성에피스를 장기적인 사업 관점에서 보고 있지는 않으며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정리한 이후 회사(바이오젠)의 주력사업인 신경정신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하지만 지배력을 갖겠다는 의미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삼성측에는 회계 변경이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그리고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 후 차익이라는 실리적 목적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나왔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