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신, 무상지원 피내용 백신 공급 끊고 '고가 경피용' 백신 대체
고가 경피용 백신 지원탓, 국가 혈세 140억원 투입

발암물질 '비소'가 검출돼 논란을 일으켰던 영유아 결핵 백신 공급에 혈세 14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던 판매사 한국백신이 고가의 백신을 팔고자 국가 무상 지원용 백신 판매를 제멋대로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다른 값비싼 백신을 무상 지원용으로 공급하느라 혈세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16일 한국백신을 공정거래법상 출고조절행위로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회사와 임원은 검찰에 고발될 예정이다.

한국백신은 지난 2015년 국가 무상지원용 백신인 '피내용 BCG(Bacille Calmette-Guérin)백신' 공급을 중단하고 가격이 높은 '경피용 BCG백신'을 국가 무상 지원용으로 대체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는다.

BCG 백신은 영·유아 및 소아의 중증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다. 주로 생후 4주가 된 신생아들에게 접종된다. BCG백신은 경피(經皮)용과 피내(皮內)용으로 나뉜다. 경피용은 주사바늘로 넣어 백신을 주입하는 방식이며 피내용은 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9개 바늘로 주사도구를 도장찍듯 눌러 백신이 스며들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피내용 BCG는 덴마크 업체였던 SSI사와 일본 JBL사가 공급했다. JBL 제품은 한국백신이, SSI 제품은 또 다른 국내 판매사인 엑세스파마가 국내에서 판매했다. 

문제는 덴마크 공기업이었던 SSI사가 민영화되는 탓에 생산이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SSI로부터 공급받던 엑세스파마가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판매가 중단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백신은 국내시장에서 유일하게 피내용 BCG 백신을 판매하게 됐다. 

한국백신은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피내용 BCG는 1인당 백신 값이 조달가 기준으로 2358~4187원 수준이다. 반면 경피용 BCG는 1인당 가격이 4만3000원에 달한다. 약 10배에서 18배까지 초고가가 더 비싼 것이다.

한국백신은 원래 2017년 2만 1900세트를 들여오기로 했던 피내용 BCG 수입 계획을 철회했다. "일본 공급선에 문제가 생겼다"고 속이며 수입양을 절반에서부터 천천히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사건의 진상은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2017년 6월 일본 당국인 후생성과 면담 과정에서 "피내용 BCG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면담 중 일본 당국이 "한국백신이 공급을 줄인 것"이라고 답변을 하면서 뒤늦게 진상을 파악하게 됐다.

하지만 당장 무료지원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 탓에, 피내용 BCG가 부족한 질본은 우선 경피용 BCG를 임시 지원용으로 결정했다.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8개월간 경피용 BCG가 신생아에게 무료로 접종됐다. 안타깝게도 이 시기 공급된 백신에서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돼 논란이 일어났다.

논란 끝에 한국백신의 꼼수는 엑세스파마가 피내용 BCG 공급을 재개하면서 멈추게 됐다.

공정위는 한국백신이 백신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급을 부당하게 조절했다고 지적했다.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으로 한 부당행위인 만큼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내용 BCG 백신을 선호하는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BCG 백신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 선택권이 제한됐다"며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해 준 결과 약 14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돼 국고 손실도 야기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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